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군을 동원해서라도 시위를 진압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반기를 드는 발언을 했다. 군 동원은 마지막 수단이며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라고 딱 잘라 말한 것이다. '예스맨'으로 분류되던 국방장관이 항명이나 다름 없는 행보에 나서자 미 언론에서는 자리 유지가 위태로워진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내놓고 있다. 에스퍼 장관은 이날 브리핑을 자청, "법 집행에 병력을 동원하는 선택지는 마지막 수단으로만, 가장 시급하고 심각한 상황에서만 사용돼야 한다"면서 "우리는 지금그런 상황에 있지 않다. 나는 (군 동원을 위한) 폭동진압법 발동을 지지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틀 전 주지사들이 주방위군을 동원해 시위를 진압하지 않으면 군을 동원해 사태를 해결하겠다고 경고한 와중에 국방장관이 TV로 생중계된 브리핑에서 반박에 나선 셈이다. 에스퍼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마찰을 피하는 '충성파' 라인으로 분류돼 온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 발언이다. 그는 이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교회 방문 이벤트'에서 거리를 두는 발언도 했다. 교회 방문에 동행하게 될 것은 알았지만 사진촬영이 이뤄지는지는 몰랐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평화 시위대를 해산시키고 백악관 앞 교회를 방문, 에스퍼 장관 등 핵심 참모들과 카메라 앞에 섰다가 비난을 샀다. 에스퍼 장관은 시위 확산을 초래한 흑인 사망 사건에 대해 "끔찍한 범죄다. 인종주의는 미국에 실재하고 우리는 이를 인정하고 대응하고 뿌리뽑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결이 다른 발언을 하기도 했다. 최근 시위현장을 '전장(戰場)'으로 표현했던 데 대해서도 "다른 표현을 썼어야 했다"고 물러섰다. 워싱턴DC의 시위현장에 의무수송용 헬기가 저공비행해 시위대 해산을 시도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를 지시했다고 했다. 에스퍼 장관의 이러한 발언은 미 전역으로의 시위 확산 속에 군이 정치화한다는비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나왔다. 에스퍼 장관도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나는 국방부가 정치에서 떨어지도록 매우 노력하고 있는데 대선에 다가가고 있어 최근 매우 힘든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에스퍼 장관의 이날 발언에 대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반응을보였다고 CNN방송이 3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사석에서 에스퍼 장관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고 한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롯한 핵심 참모들도 에스퍼장관이 장악력이 약하고 트럼프 대통령을 확실히 편들지 않고 있다는 불만을 가진 상황이었다고 CNN은 전했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필요하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폭동진압법을 사용할 것"이라며 에스퍼 장관의 발언에 다시 선을 그었다. 그는 "그러나 지금 대통령은 주방위군에 기대고 있고 워싱턴DC와 (사망 사건이 발생한) 미네소타에서도 잘 작동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에스퍼 장관을신뢰하느냐는 질문에는 즉답하지 않은 채 "현재까지 에스퍼 장관은 여전히 장관"이라고만 했다. 미 언론에서는 경질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에스퍼 장관이 그렇지 않아도 위태로운 자리를 이날 브리핑으로 더욱 위태롭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 전역에 시위가 이어지는 위기 상황인데다 대선이 5개월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 경질까지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에스퍼 장관은 당초 미 각지에서 워싱턴DC 인근에 집결한 병력 중 200명을 노스캐롤라이나로 복귀시키라고 지시했으나 이날 백악관 회의에 다녀온 후 이를 번복했다고 AP통신이 보도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백인 경찰의 무릎에 짓눌려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사건으로 인종차별과 공권력 남용에 반대하는 시위가 9일째 이어지고 있다.[연합뉴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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