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내 모 학교 급식소에서 일하는 A씨에게 지난달 22일은 평생 기억하고 싶지 않은 날로 남았다. 학생들이 먹을 점심을 짓는 과정에서 손가락 4개가 절단되거나 골절되는 사고를 당했기 때문이다.

　사고는 음식물쓰레기를 분쇄한 뒤 건조하는 '음식물쓰레기감량기'에서 발생했다. 당시 감량기 배출구에 음식물찌거기가 끼면서 A씨가 기계의 정지 버튼을 누른 뒤 15㎝ 길이의 솔로 이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기계가 갑자기 작동해 손이 딸려들어가 버린 것이다.

　이 사고로 A씨의 오른쪽 손가락 1개가 절단되고, 엄지손가락을 제외한 나머지 손가락 3개는 뼈가 으스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A씨는 곧바로 수술을 받았지만, 봉합된 손가락이 다시 붙을지, 으스러진 손가락을 쓸 수 있을지는 의료진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10일 제주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감량기 사고는 2018년 10월(베임), 2019년 5월(오른쪽 검지 절단·봉합 실패), 12월(오른쪽 중지와 약지 골절·손가락 펴지지 않는 장애 발생)에도 발생했다. 현재 이들 3명은 생계 때문에 다시 급식소에 출근하고 있다.

　감량기로 학교 급식소 노동자들이 중상을 입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제주지부(이하 교육공무직 제주지부)는 '보상'이 아닌 '예방'을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에 요구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설치 및 운영을 실시, 이러한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예방 조치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설치 및 운영은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의 공약 사항이기도 하지만, 현재까지 단 한 번의 회의 조차 개최되지 않았다.

　김은리 교육공무직 제주지부장은 "2018년 감량기 설치가 시작됐다"며 "하지만 제대로된 안전교육도 이뤄지지 않을 뿐더러 사고가 계속 발생함에도 예방 의무가 있는 제주도교육청은 뒷짐만 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지부장은 "금전적인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자식에게 밥을 먹인다는 마음으로 일을 하는 급식 노동자들에게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해주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개최가 늦어졌다. 6월 중으로 회의가 열릴 예정"이라며 "아울러 사고가 발생한 학교에는 안전관리자를 파견해 사고 예방을 위한 교육을 실시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