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집 이야기' 포스터. 관찰 예능과 음악 예능 콘텐츠로 가득한 TV 프로그램 사이에서 신선한 기획의 콘텐츠가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각기 다른 이유와 조건들로 새로 살아야할 집을 구하는 사람들에게 집을 소개해주는 MBC의 '구해줘 홈즈'가 그것이다. 집 소개라기 보다는 매물을 소개하는 온라인 부동산 같은 프로그램인데 집을 구하는 사람들의 사연도 흥미롭고 남의 집 들여다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 를 보다 보면 참 많은 집과 다양한 사람들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수십년 전만 해도 4인가족 규격화에 맞춘 집들이 많았다면 1인가구가 많아진 요즘의 집들은 외부도 내부도 다 다르다. 갤러리같은 신축 빌라의 멋들어짐에 입을 떡 벌리다가 오래된 구옥에 묻은 따뜻한 세월을 보며 저것 또한 집의 큰 매력이지 하고 옛 추억에 잠기게 된다. 집은 어떤 공간일까 하며 생각하다가 지난 해 봤던 영화 '집 이야기' 생각이 났다. 박제범 감독의 데뷔작인 이 작품은 닮은 구석이 없는 부녀의 예상치 못한 동거를 통해 집이라는 공간과 관계라는 시간에 대해 담담하게 묻고 있는 작품이다. 서울에서 신문사 편집기자로 일하고 있는 은서는 살던 집의 계약기간이 끝나 이사갈 새 집을 구하지만 맘에 드는 집을 발견하는 일이 수월하지가 않다. 결국 새 집을 찾기 전까지 지낼 공간이 필요한 은서는 이혼한 아버지가 홀로 살고 있는 인천의 집으로 들어온다. 24시간 열쇠 수리점을 하고 있는 아버지 진철과의 아주 오랜만의 동거 역시 쉬운 구석이 없다. 은서의 어린 시절엔 함께 사는 집을 만들어가던 두 사람에겐 각자의 집, 그 곳에서의 삶이 더 익숙해져버렸고 낡은 집에 묻어 있는 추억들은 부모의 이혼이라는 이 집의 상처를 상기시킨다. 영화의 초반부, 은서는 제주도로 향한다. 아버지와 이혼한 어머니의 재혼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푸른 바다 앞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또 다른 삶을 시작하는 어머니를 보는 은서의 복잡 미묘한 표정이 기억에 남는다. 무뚝뚝하지만 자신을 찾아온 막내딸에게 잘해주고 싶은 아버지 진철. 딸이 온다는 소식에 손수 장을 보고 음식을 준비하고 그녀가 머무를 방을 치운다. 그런 아버지의 투박한 손길을 냉큼 잡지 못하는 은서는 아버지가, 또 자신이 이 상황과 지난 시간이 안쓰럽고 속상하다. 어떤 집에서 어떤 삶을 누구와 함께 하는 지를 결정하는 일은 인생의 방향을 정하는 것만큼 대단히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가족과의 추억으로 가득한 집을 떠나 스스로의 공간을 꾸린 이들에게 영화 '집 이야기'와 '우리집'은 지금의 나와 어린 시절의 나, 그리고 내 모든 시절의 집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선물할 것이다. <진명현 독립영화 스튜디오 무브먼트 대표>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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