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에서 시청률이 가장 높은 시간대를 뜻하는 골든타임은 재난 현장에선 생사를 가를 금쪽같은 시간으로 받아 들여진다. 숨이 멎은 환자에 대해선 늦어도 4분 내에 적절한 심폐소생술을 시행해야 살릴 수 있고, 화재에선 소방차가 적어도 5분 내에 현장에 도착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재난 현장에서 골든타임은 구조 당국의 노력만으로 지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최근 제주도소방안전본부가 도내 대표적인 소방차 진입 곤란 지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불법 주정차된 차량에 소방차 진입이 가로 막혀 화재 진압이 늦어진 사례는 6건이었다. 제주 소방공무원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불법 주·정차 단속 권한이 없다. 도로교통법에 따라 불법 주·정차 단속 권한은 광역자치단체와 경찰 등이 갖고 있지만 제주지역은 사무 위임 조례에 의해 이런 권한이 제주도에서 행정시로 넘어갔다. 제주 소방공무원은 제주도에 소속돼 있다. 소방본부는 불법 주·정차 단속 권한을 달라고 요청했지만 양 행정시의 반대로 무산됐다. 제주시와 서귀포시는 "동일한 사무가 2개 기관에 위임되면 업무 처리의 일관성이 줄고 이원화 된 단속으로 시민들이 혼란을 겪는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이번 논란에서 권한 다툼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불법 주·정차 단속을 행정시가 하든 소방당국이 하든 불만 빨리 끌 수 있다면야 시쳇말로 장땡이다. 문제의 본질은 이미 '문제'가 발생했다는데 있다. 해답은 최우선적으로 양 행정시가 내놓아야 한다. 불법 주정차 탓에 화재 진압이 늦어졌다는 건 양 행정시가 그동안 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권한을 나눠 갖는 게 싫으면 일이라도 똑바로 해야 한다. 제주도도 수수방관할 게 아니다. 권한을 넘겼다는 이유로 강 건너 불구경하다간 온 집안에 화마가 들이 닥칠게 뻔하다. <이상민 행정사회부 차장>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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