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불러온 새로운 일상 중 하나는 여행 풍경이다. 감염병에 바다 건너 다른 나라 구경은 '언감생심'처럼 느껴진다. 세상 밖이 궁금해지는 때에 우릴 그곳으로 데려다줄 책이 묶였다.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 3권인 '실크로드의 오아시스 도시: 불타는 사막에 피어난 꽃'이다. 실크로드는 독일 지리학자 페르디난트 폰 리히트호펜이 명명한 이래 그 개념이 확장되어 왔다. 서쪽은 시리아나 로마, 동쪽은 서안이나 경주, 혹은 교토까지 연장시켜 1만2000㎞라고 말한다. 이 답사기에선 독일의 동양학자 알베르트 헤르만의 정통적인 실크로드 개념을 따랐다. 중국 서안에서 타클라마칸사막을 건너 시리아에 이르는 총 6400㎞를 뜻한다. 앞서 출간된 중국편 1~2권이 서안에서 하서주랑을 통과해 돈황까지 약 2000㎞ 동부 구간을 답사했다면 이번엔 돈황에서 타클라마칸사막을 건너 카슈가르에 이르는 약 2000㎞ 중부를 찾았다. 중부 구간은 '살아서 돌아올 수 없는' 타클라마칸을 관통하는 곳이라 좁은 의미로 실크로드라고 할 때는 이 구간을 가리킨다. 독자들은 유홍준 교수와 답사 일행의 발길을 따라 투르판, 쿠차, 호탄, 카슈가르 등 대표적인 오아시스 도시에 머물며 다종다색의 문화와 역사를 만날 수 있다. 실크로드 북로와 중로가 갈리는 길목에 위치한 투르판에선 불교 유적을 대표하는 베제클리크석굴이 소개된다. 고대 구자국의 도읍인 쿠차에서도 불교 유적이 핵심이다. '황량한 사막 산'인 타클라마칸에선 여러 유물을 통해 사막을 오간 대표적인 대상 집단인 소그드인과 고대 한반도 나라들의 교류를 확인할 수 있다. 도로와 이동수단을 이용해 사막과 산맥을 넘나들었지만 그 길을 건너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실크로드 답사의 종착지는 파미르고원 설산의 검은 호수였다. 그곳에서 저자는 '카라쿠러호'로 불리는 호수에 전해지는 타지크족의 소박한 전설을 듣는다. 20세기 초 제국주의 탐험가들은 실크로드의 문화유산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냈지만 순정처럼 남아있는 곳은 있었다. 창비. 2만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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