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판 살인의 추억'으로 불린 제주 보육교사 살인사건의 피고인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도 원심처럼 검경이 범인으로 지목한 피고인을 범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검찰의 상고 여부에 따라 대법원에서 다시 재판이 진행될 수 있지만, 대법원은 사실심(사실 관계를 판단하는 재판)이 아닌 법률심(사실 관계에 대한 법률이 제대로 적용됐는지를 판단)을 맡고 있어 11년 전 발생한 이 사건은 장기 미제로 남을 가능성이 커졌다. 8일 광주고등법원 제주제1형사부(재판장 왕정옥 부장판사)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등 살인) 혐의로 기소된 박모(51)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범인이 아닐수도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이 됐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또 항소심 재판부는 "수사기관은 피고인이 범인임을 전제로 사건을 추적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검찰의 공소사실이 구체적으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검찰에 따르면 택시기사였던 박씨는 지난 2009년 2월 1일 오전 3시 8분쯤 제주시 용담동에서 보육교사 A(당시 27세·여)씨를 태우고 애월읍 방향으로 향하던 중 택시 안에서 이씨를 성폭행하려 했으나 반항하자 목을 졸라 살해하고, 시신을 배수로에 유기한 혐의를 받았다. 11년간 미제로 남아있던 이 사건은 경찰이 지난 2018년 박씨를 검거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박씨는 사건 발생 초기에도 용의자로 의심 받았지만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났다. 경찰은 피해자의 신체와 옷에서 검출된 섬유가 박씨가 입은 옷의 섬유와 박씨 택시 안에서 발견된 섬유와 유사하다는 감정 결과와 당시 택시 이동경로가 찍힌 CC(폐쇄회로)TV 영상 등을 대로 박씨를 법정에 세웠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대량으로 생산되는 면섬유의 특성상 피해자 옷과 신체에서 발견한 섬유와 박씨 옷과 택시에서 검출한 섬유가 서로 동일하다고 판단하기 어렵고 CCTV영상 화질이 떨어져 당시 영상에 나온 택시가 박씨가 운전한 차량으로 단정할 수 없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항소심에서 새로운 방법으로 분석한 미세섬유 감정 결과를 증거로 제시했지만 재판부의 판단을 뒤집지 못했다. 재판이 끝난 직후 피고인 박씨는 심경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처음부터 억측으로 시작됐다"면서 "재판부나 언론 모두 족쇄같은 존재였고 생활하는 데 너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한편 검찰은 판결문을 검토해 상고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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