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판에 오겹살·항정살·목살 등 구이 된장찌개·제육볶음·돌솥비빔밥 다양 제주시청 주변에 자취방을 구해 살던 대학 신입생 시절에는 돈이 항상 부족했다. 처음으로 혼자 살게됐다는 '해방감'도 잠시, 무절제한 생활이 이어지면서 일주일에 한 번 부모님이 부족하지 않게 보내준 용돈을 금세 탕진해버린 것이다. 하루 이틀 만에 용돈을 다 써버리면 다음 용돈이 입금될 때까지 끼니는 라면으로 때우기 일쑤였다. 당시 같은 고향에서 상경한 친구들도 비슷한 생활을 했기 때문에 오랜만에 고향을 가노라면 "때깔이 안 좋아졌다"는 소리를 들었다. 식당 이름이 '광양왕소금깡통구이'인데, 돈을 아끼려 고기는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고, 점심에 방문해 된장찌개와 제육볶음, 낙지볶음 등을 주문해 먹었다. 일주일에 한두번은 꼭 방문했기 때문에 주인 아주머니가 가엾게 봐주시는 게 느껴졌다. 반찬으로 나오는 계란후라이를 두세번 더 시켜도 군말없이 가스불 위에 후라이팬을 올려놓았고, 돈이 없어 3명이서 2인분만 시켰을 때도 '3인분 같은 2인분'을 해줬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하는 말은 "주변에 원룸이 많아 너희 같은 학생들이 많이 찾아온다. 그 중에 한 명은 돌연 결혼을 한다며 청첩장을 가져오기도 했는데, 새삼 막내아들 장가 보내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마침 '당찬 맛집을 찾아서'의 201번째 소개를 맡게 되면서 '광양왕소금깡통구이'가 다시 떠올랐다. 때깔이 좋지 않았던 학생을 기억해줄까 걱정했지만,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오랜만이네"라는 말로 반겨주었다. 된장찌개와 제육볶음 말고도 '그림의 떡'이었던 오겹살도 주문해 먹기로 했다. 된장찌개는 가격이 5000원인데도 해물뚝배기 못지 않은 맛을 자랑한다. 꽃게 등 해물이 된장과 잘 어우러져 구수하고도 시원한 맛을 냈고, 큼직하게 썬 양파와 대파는 자칫 짤 수 있는 국물의 맛을 잡아줬다. 마지막으로 보기에도 신선해 보이는 오겹살을 불판 위에 올려 놓는다. 미리 불판을 달궈놓은 터라 오겹살이 닿자마자 기분 좋은 소리가 났다. 노릇하게 익은 고기를 잘 조려진 멜젓에 찍어 먹으니 호화로운 음식을 먹는 기분이다. '광양왕소금깡통구이'는 제주시 이도2동 1178-11번지에 위치해 있으며 메뉴 구성은 ▷제육볶음 8000원 ▷낙지볶음 8000원 ▷된장찌개 5000원 ▷돌솥비빔밥 5000원 ▷오겹살 1인분 1만5000원 ▷항정살 1만5000원 ▷목살 1만4000원 등이다. 영업시간은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11시(오후 2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휴식시간)다. 송은범기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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