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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물러간 농촌…월동채소농가 분주
폭염으로 정식 늦어진 양배추·비트 재배 농가들 분주
"강풍과 폭우로 큰 피해 걱정했는데 그나마 천만다행"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입력 : 2020. 08.27. 19:11:02

태풍 '바비'의 영향에서 벗어난 27일 오전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소재 한 농경지에서 한 농민이 여름철 폭염으로 말라죽은 양배추밭에서 보식 작업을 하고 있다. 문미숙기자

제주에 강풍과 폭우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됐던 제8호 태풍 '바비'는 진로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더 제주 서쪽으로 이동해 북상하면서 우려했던 농작물의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일부 농가에서 한창 생육기를 맞은 양배추와 비트 등이 강풍에 넘어지는 피해를 입긴 했지만 긴 폭염으로 토양이 메말라 월동채소 정식에 어려움을 겪던 다수의 농가들은 비를 적당히 뿌린 태풍이 지나가자마자 양배추 모종 정식을 서두르고 있다.

 예년 8월 말에서 9월 초에 제주에 직접영향을 미치는 태풍은 해수온도가 높아 에너지원을 얻으며 여름 태풍보다 세력을 더 키우며 제주에 강풍과 폭우를 몰고 와 파종한 지 채 한달도 안된 양배추와 당근 등 밭작물이 폐작 상황을 맞는 경우도 빈번했는데, 이번 태풍은 큰 피해를 주지 않고 지나갔다.

 태풍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27일 오전에 찾은 양배추 주산지인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에서 만난 김정훈(43)씨는 이른 아침부터 집에서 키운 양배추 모종 정식작업에 손놀림이 분주했다.

 김씨는 "8월 초부터 1만5000㎡에 조생종 양배추를 정식하고 스프링클러로 매일처럼 돌려댔지만 폭염이 워낙 심하다 보니 4분의 1은 말라죽었다. 그래서 보식을 위해 비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태풍 바비가 적당히 비를 뿌리고 가 장모님, 아내와 서둘러 정식중"이라고 말했다.

 주변 밭에서도 농가들은 양배추 정식 준비를 하거나, 며칠 전에 정식한 양배추 모종들도 육안으로는 태풍을 잘 견딘 상태로 보였다.

 제주시 애월과 한림 등 서부지역에서 많이 재배되는 조생종 양배추의 정식 적기는 이달 10일부터 25일쯤까지다. 하지만 올해는 이 기간에 낮 최고기온이 35℃ 안팎을 오르내리는 폭염이 연일 이어지며 정식을 마친 농가에선 모종이 일부 말라죽는 현상으로, 정식을 못한 농가에선 시기가 늦어지면서 애태워 왔다. 그러던 차에 지난 22일 서부지역에 비가 조금 내린 틈을 타 서둘러 정식을 마친 농가가 많았다. 정식 후에도 3~4일은 충분한 수분 공급이 필요한데 땅이 건조상태라 농가마다 스프링클러를 돌리느라 진땀을 뺐는데, 이번 태풍으로 비가 적당히 내리면서 농가들은 일단 한숨을 돌린 상태다.

 강길남 애월읍 봉성리장은 "여러 농가에서 지난 22일 비가 조금 내렸을 때 조생종 양배추를 정식했는데, 다행히 이번 태풍때 비가 적당히 내려 큰 피해 없이 생육에 도움이 될 전망"이며 "양배추 정식을 하지 못한 농가들도 이번 주말까지는 대부분 작업을 마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르면 7월 하순쯤부터 파종해 이맘때 태풍이 북상하면 강풍과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와 유실 피해를 입곤 했던 제주시 동부지역의 당근 등 밭작물도 다행히 큰 피해없이 한숨을 돌렸다.

 제주시 양행석 농정과장은 "태풍 관련 농작물 피해농가를 대상으로 27일부터 9월 5일까지 읍면동에서 신고받고 있다"며 "일부 잎과 뿌리 손상을 입은 농작물은 생육에 지장이 예상됨에 따라 병해충방제 등 관리요령을 농업기술센터와 함께 지도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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