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나무숲길에서 올려다 본 제주의 하늘. 코로나·폭염 위협 갈곳 없는 휴가철 곳곳에 숨어있는 자연의 위대함 느껴 4·3주둔소 등 아픈 역사의 현장 공존 긴 장마와 태풍이 할퀴고 간 제주에는 살인적인 폭염이 다시 시작됐다. '죽지도 않고 온 각설이' 같은 폭염은 우리를 지글지글 녹일듯 달려든다. 코로나19의 폭발적인 위협으로 여름휴가를 제대로 즐길 수 없는 시대에, 많은 사람들의 발길은 자연으로 향하고 있다. 평소에 접하지 못한 자연에서 지친 심신과 마음을 치유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사려니숲길 도착 후 몸을 풀고 사려니숲길 50m 가량 옆에 있는 좁은 입구로 들어갔다. 입구로 들어서자 빽빽한 나무들이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위를 바라보니 새들이 나무 사이를 날아다니며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니 왠지 기분이 좋았다. 숲길을 가다보니 동충하초가 보였다. 동충하초는 부끄러운듯이 줄기를 나뭇가지들 사이로 숨으며 숨바꼭질을 하고 있었다. 겨울에 벌레였다가 여름에는 버섯으로 변한다는 뜻에서 동충하초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숙주가 되는 곤충은 나비, 매미, 딱정벌레, 노린재 등이다. 이날 본 동충하초의 주인공은 바로 노린재였다. 4·3유적지. 더 이동하니 삼나무를 일부 벌목한 현장이 눈에 띄었다. 삼나무는 이용가치가 적어 그냥 버려져 방치됐다. 안타까웠다. 마흐니궤. 한편 아쉬운 면도 없지 않았다. 이 장소가 4·3주둔소라고 알려주는 팻말이 전혀 없었다. 관광객이나 처음 본 사람은 "돌이 많이 쌓여 있네"라고 단순히 생각하며 무심코 지나칠 수 있기에 더욱 그렇다. 또 관리가 안돼 풀이 무성하게 자라 역사의 흔적을 가리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차무릇. 다음 코스인 마흐니오름을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나지막한 마흐니오름은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 산 203번지에 위치해 있다. 이 오름은 표고 522m, 비고 47m의 거대한 말굽형 분화구가 특징이다. 이 오름에서 제주4·3사건 전에는 사람들이 밭농사를 지었으며 1960년대 후반까지도 노루 사냥을 했던 장소로 알려져 있다. 털사철난. 마흐니오름에서 내려와 수망리로 이동하는 길은 시골길 같은 느낌이었다. 비록 내리쬐는 햇빛은 뜨거웠지만, 탁 트인 들판과 산수국들을 보며 기분 좋게 에코투어를 마무리했다. 강민성기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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