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E.T'의 한 장면. 모두에게 어려운 매일이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19의 재확산이라는 걱정스러운 시국에 더해 긴 장마 끝에 찾아온 태풍들의 반갑지 않은 방문도 이어지고 있다. 어느덧 9월인데 돌아보면 2020년 한 해는 참으로 지난했다. 재난 영화의 게으른 풀롯 같은 이 한해를 아마도 모두가 계획과는 다르게 버티어 내고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버티고 버티다 소중한 사람들과 나누는 짧은 시간의 위로 역시 당분간은 멈춰야 한다. '얼굴 보고 이야기 하자'는 말이 금지어가 될 줄은 일 년 전만해도 상상해 본 적이 없다. 오늘은 어느 커피숍의 의자들이 모두 뒤집혀 테이블 위에 올라간 것을 보았다. 포장과 배달만 가능해진 커피숍의 모습은 생경했다. 마스크를 쓰고라도 고통과 고민을 나누던 사람들은 이제 어디에서 누구를 찾을 것인가. 쓸쓸하고 슬픈, 잊혀지지 않을 그림이었다. 나는 서로 다른 존재들이 만나 친구가 되는 영화들을 좋아한다. 낯설고 어색한 첫 만남의 시간을 지나 서로를 궁금해하고 서로에게 호의를 베풀고 결국은 친구 또는 우리라고 명명할 수 있는 관계가 되는 영화들 말이다. 특히 인간과 인간이 아닌 생명체의 만남을 영화로 마주할 때 그 낯선 풍경이 주는 아름다움에 쉽게 미혹되곤 한다. 대부분 그런 작품들은 가족 영화나 애니메이션 장르로 만들어 지곤 하는데 그래서일까 자극은 적고 영상은 아름답고 감동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된다. 얼굴을 맞대고 서로를 마주보는 일이 힘들어진 지금, 그런 교감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떠올려본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영화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1984년작 인간 세계에서도 교감은 당연히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 교감의 순간과 진심을 영화적으로 잘 표현한 영화들도 만들어져 왔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 남우조연상, 각본상을 수상하며 그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 <그린북>은 믿을 건 주먹 뿐인 백인 남성과 우아한 피아니스트인 흑인 남성의 우정을 그렸다. 닮은 점이 하나도 없는 두 사람의 유머러스한 로드 무비이자 편견을 넘어서는 우정을 찾아가는 성장 영화이기도 한 이 영화는 비고 모텐슨, 마허샬라 알리의 두 배우의 명연기 덕에 더욱 완성도 높은 작품이 되었다. 얼마 전 좋아하는 친구와 문자 메세지를 주고 받았다. 이 험난한 시국에 만날 수 없어도 우리는 이어져 있다고 생각하자고 응원과 위로를 전하는 몇 안되는 글자를 한참 쳐다보았다. 그래 친구야 만날 수 없어도 느낌이 중요해. 지금은 우리의 마음에게 더 잦은 외출을 허락해 줄 때다. <진명현 독립영화 스튜디오 무브먼트 대표>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