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집 '풍경의 깊이'에 수록된 '흘러가네'(캔버스에 아크릴, 2015). 화면 밖 서성거린 상념 모아 글 34편에 대표작 130여 점 “그림은 나를 형성하는 과정" 1992년 늦은 봄, 20여 년 도회지 생활에 병들어 고향 제주로 회귀한 화가 강요배. 그는 어린 시절 미처 만나지 못했던 새로운 장소, 풀과 나무를 찾아다니며 이 섬의 자연을 찬찬히 들여다봤다. 그것은 거대한 하나의 생태계였다.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돌아와보니 모르는 게 너무 많았다"는 화가는 한라산부터 다시 올랐다. 1월 1일 새벽에 발디딘 백록담은 마치 깊은 웅덩이에서 거센 바람이 올라오는 것처럼 웅장했다. 당시 그 장엄함에 압도당한 일행들은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향해 절을 드렸다. "화가의 모든 고민은 항상 화면 위에서만 서성거린다"고 말하는 그이지만 가끔 생각을 정리하고 싶을 때면 글을 써왔다. 문학평론가 정지창이 '글재주가 뛰어난 화가'로 꼽은 그가 지금까지 적어온 글들을 모아 산문집을 냈다. 제주 바람과 자연 속으로 회향한 나날들이 배인 서른네 편의 글에 130여 점의 대표작을 골라 펼쳐놓은 '풍경의 깊이'다. 말미엔 사진가 노순택의 강요배 인터뷰를 실었다. 이 대목에선 "4·3은 결국 내가 뛰어들어야 할 바다"였고 "그때 내가 그린 50점의 그림은… 겨우 헤엄친 4·3의 수면에 대한 보고서에 불과하다"는 화가의 육성이 전해진다. 그는 말한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일생 자기 자신을 형성시키는 과정과 같다"고. "나 역시 아직도 미완인, 만들어지는 과정 속에 있는 거다"라고. 돌베개. 3만8000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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