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엄정화 주연의 영화 '오케이 마담'. ‘오케이’ 하게 만드는 유일한 요소 엄정화… 화려한 동시에 애잔한, 그런 배우를 본 적 없다 올 여름 극장가의 복병으로 120만 관객을 불러 모은 이철하 감독의 '오케이 마담'은 북한 요원의 비행기 공중 납치라는 위험천만한 상황을 헤쳐 나가는 영화다. 영화 곳곳에 반전이 숨어 있고 비행기를 가득 채운 승객들 만큼이나 다양한 캐릭터들이 예상치 못한 활약을 선보인다. 장르적으로는 비행기 내에서 벌어지는 액션과 경품 당첨으로 하와이를 가게 된 가족의 코미디가 결합된 모양새다. 비행기 안에서만 펼쳐지는 영화의 설정 때문에 화려한 영상미를 기대했다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지만, 이 좁은 공간을 배우 엄정화가 박수를 탁 치게 만드는 액션으로 화끈하게 메꾼다. 그녀의 액션 연기는 유연하고 매력적이다. 사실 베테랑 배우 엄정화는 오케이 마담을 '오케이'하게 만드는 거의 유일한 요소다. 항로를 잃은 비행기처럼 개연성 측면에서 덜컹거리고 살짝 고개를 내젓게 되는 순간에도 주인공 엄정화의 강력한 존재감과 부지런한 움직임이 영화의 터진 부분을 꼼꼼하게 바느질한다. 시장에서 꽈배기를 파는 수더분하고 정 많은 아줌마의 함박 웃음과 반전의 키를 자신의 손 안에 꽉 쥔 액션 히어로의 강렬한 눈빛까지 엄정화는 관객의 입에서 '노'라는 소리가 나올 틈이 없게 제 역량을 뽐낸다. 액션과 코미디는 물론 멜러와 호러 등 장르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배우 엄정화는 늘 어떤 곤경에 처한 상황을 헤쳐 나가는 생활 히어로로 스크린을 채워왔다. 전작인 '미쓰 와이프'에서는 잘 나가던 싱글 변호사가 갑작스런 교통 사고를 당해 한 달간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게 되는 황당한 상황을 맞닥뜨린 바 있다. 도도하고 차가운 변호사에서 쓸데없이 잘생긴 남편과 토끼 같은 아들, 문 닫고 말 안하는 딸을 만난 배우 엄정화는 찰떡같이 그 희안한 상황을 관객들에게 설득시킨다. 관객을 설득시키고 영화 속 상황을 수습하는 부지런한 배우 엄정화는 포기를 모른다. 그래서인지 엄정화의 영화는 늘 누군가의 성장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배우 엄정화는 1992년작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로 데뷔한 30년차의 경력을 지닌 배우다. 눈이 번쩍 뜨일 만큼 화려한 동시에 마음이 미어져 내릴 듯 애잔한, 게다가 몸도 맘도 잘 쓰는 넉넉하고 단단한 그런 배우를 나는 엄정화 말고는 본 적이 없다. <진명현·독립영화 스튜디오 무브먼트 대표>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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