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당시 군사재판을 받고 옥살이를 한 김두황(93)씨가 8일 제주지방법원 청사 정문 앞에서 재판부의 재심 결정에 대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이상민 기자 [종합] 제주4·3 당시 군사재판 또는 일반재판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수형인 8명이 다시 재판을 받게 해달라며 청구한 사건에 대해 법원이 8일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군사재판을 받은 제주4·3 수형인에 대한 국내 두번째, 일반 재판 수형인에 대해선 국내 첫번째 재심 결정이다. 4·3의 광풍 속에서 군법회의에 회부돼 옥고를 치른 수형인에 대한 재심 결정은 지난 2018년 한차례 있었지만, 이들과 달리 판결문이 존재하는 일반재판 수형인에 대한 재심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이날 201호 법정에서 장병식(90)씨, 김두황(93)씨, 故변연옥(91)씨, 故송석진(93)씨 등 제주 4·3수형인 8명이 낸 재심 청구를 받아들여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재심을 요청한 8명 중 김두황씨는 일반재판을, 장병식씨 등 나머지 7명은 4·3 당시 군사재판을 받았다. 김씨는 1948년 11월 서귀포시 성산읍 난산리의 자택에서 영문도 모른채 경찰에 체포돼 성산포경찰서로 끌려갔다. 이후 변호사 없이 진행된 일반재판에서 내란죄 등으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아 목포형무소에 투옥된 뒤 1950년 2월 출소했다. 당시 김씨의 판결문에는 1948년 9월 25일 난산리 소재 김두홍씨의 집에서 주민 6명과 무허가 집회를 열고 폭도들에게 식량을 제공하기로 결의했다는 내용이 들어있지만, 김씨는 줄곧 "날조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군사재판에 회부된 장씨 등 나머지 7명은 1948~1949년 사이 내란실행과 국방경비법 위반 등 혐의로 적법한 절차 없이 재판을 받아 옥살이를 했다고 주장했다. 김두황씨와 달리 군법회의에 회부된 이들에 대한 공판 조서, 판결문 등은 현재 남아 있지 않다. 재심은 유죄 판결이 확정된 자가 재판·수사 과정에서 고문 또는 허위 자백 등을 강요 받았을 때 청구할 수 있어, 그동안 재파부는 '판결문 없는 군사재판'이 당시 실제 이뤄져 수형인들이 형을 확정 받았는지, 고문 또는 불법 구금 등 부당한 공권력이 자행된 정황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데 주력했다. 재판부는 여러 사정을 비춰볼 때 재심 사유를 충족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수형인 명부, 제주4·3진상보고서 등을 살펴볼 때 당시 군사재판이 이뤄졌고 고문과 불법 연행 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또 청구인들이 (재심 청구 사건 법정에서) 입지도 않은 피해를 허위로 진술할만 사정도 없어 재심 개시를 결정하고 형사 재판 절차를 다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재심 개시 결정 직후 김두황씨는 심경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명예를 회복할 기회가 생겨 너무 좋다"며 "72년 동안 응어리 진 한을 절반은 푼 것 같다"고 말했다. 故송석진씨 아들 송창기(73)씨는 "아버지가 살아 계실때 재심 개시 결정이 났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다"며 "재심 청구 수형인 중 고령인분이 많으니 재판부가 하루 빨리 재심 재판을 끝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청구인 8명 중 故송석진씨와 故변연옥씨는 재심 개시 결정을 눈으로 보지 못하고 지난 4월과 7월 세상을 떠났다. 한편 현재 재심을 청구한 4·3수형인은 모두 362명으로 이중 352명이 4·3 당시 군사재판을, 나머지 10명이 일반재판을 받았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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