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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성평등 문화, 제주에 깃든다] (1)프롤로그
위기속에서 더욱 빛난 제주의 여성상
이태윤 기자 lty9456@ihalla.com
입력 : 2020. 10.22. 00:00:00

지난 8월 28일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이 공동주최하고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후원한 '2020년 제주 성평등 포럼'에서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주도 제공

제주 역사와 함께한 여성들
남아선호사상 속 자리 위축
성평등 현주소 진단… 개선


한라일보는 지난해 '성평등 문화, 제주에 깃든다'라는 기획보도를 통해 제주도내 성평등 문화 수준을 살펴보고 성평등과 관련해 이뤄지고 있는 정책 상황을 진단하는 등 앞으로 나아갈 길을 모색했다. 현재 제주도에서는 성별영향평가, 성인지 예산, 성평등 교육 등의 제도가 시행되고 있으며, 성평등정책 추진을 위한 부서가 신설되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성평등 정책 확산을 위해서는 인식의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이에 본보는 지난해 기획의 연장선상으로 제주에서 시행되고 있는 성평등 정책을 소개하고 현장을 찾아 지면에 소개하는 등 제주에서 펼쳐지고 있는 성평등 문화확산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의미를 찾아본다.

제주의 여성상은 전설속에서도 거론될 만큼 역사적으로도 깊다. 제주섬을 창조했다는 설화를 담은 '설문대 할망'은 어찌보면 제주의 여성상을 대표하는 최초의 주인공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제주할망 김만덕'의 위대함은 그가 신분과 성별, 변방 출신이라는 세 겹의 한계를 뛰어 넘은 데 있다. 관기(官妓)라는 신분을 뛰어 넘었고, 여성이란 한계를 극복해 거상(巨商)이 됐고, '출륙금지'로 대변되는 제주섬의 굴레에서도 벗어났다. 자신의 운명을 한탄하지 않고 스스로 개척했다. 특히 힘들게 쌓아온 모든 것을 세상에 흔쾌히 내놓으며 '나눔의 정신'을 몸소 실천함으로써 이제 '시대의 표상'으로 우뚝 섰다.

제주의 해녀 또한 척박한 땅과 바다를 일군 경제활동의 주역이다. 일제의 수탈과 착취에 맞서 가열차게 항일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제주의 역사에서 해녀가 차지하는 비중은 막대하며, 그 옹골찬 삶은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

더불어 독립운동가이면서 제주 1호 여성 교장, 교육감을 지낸 최정숙 선생은 경성여자고등보통학교 사범과 학생 79명으로 조직된 소녀결사대를 조직해 활동하다 옥고를 치른 인물이다. 귀향 후에도 1921년 문맹자와 부녀자들을 모아 글자를 가르치는 여수원을 설립하고 1949년 신성여자중학교를 설립하는 등 교육운동을 전개했다.

최정숙 선생과 함께 주목받는 여성독립운동가는 강평국 선생이다. 제주 최초 여성교사인 그는 제주 최초 진보청년단체인 '반역자구락부' 창립에 참여했으며, 최정숙·김시숙·이재량과 더불어 여성의 의식 향상과 권익 보호를 위해 제주여자청년회를 조직, 주도했다. 최초의 해외 여성 대학유학생이기도 한 그는 일본에서도 학업 못지 않게 항일운동에 적극 가담했다.

이처럼 제주 여성들은 위기를 두려워하지 않았고, 오히려 위기의 순간에 더욱 강해지면서 눈앞에 닥친 어려움을 이겨냈다. 이러한 여성상이 곧 제주 여성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제주여성은 과거 남아선호사상 등으로 인해 사회적 배경 관점에서 조금씩 설자리를 잃어갔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이름을 남기지 못하는 등 행정적 무관심 때문에 방치되는 경우도 있었다. 결국 경제인, 항일독립운동 등 제주사회에서 묵직한 기록을 남겼어도 가사노동과 육아 등을 독박해야 했고, 불평등한 삶을 살아올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최근들어 성평등과 관련된 여러 정책 등이 추진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사전적 의미로 성평등이란 사회적으로 가치있는 재화와 기회, 보상 등을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게 향유할 것을 요구하는 것을 말한다. 성평등은 남성들과 여성들이 같은 존재가 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제반 기회와 삶의 가능성이 평등하다는 것이다.

이번 기획을 통해 제주도의 성평등 관련 정책과 제주의 성평등의 현 주소를 진단하고 제주의 성평등 관련 분야에 대한 시민들의 의식을 제고시켜 나갈 계획이다.

향후 기획은 ▷제주도 성평등 정책의 현주소 ▷성평등 마을만들기 사업 ▷여성안심 3종세트 사업 ▷제주경찰청 디지털 성범죄 대응 ▷제주양성평등교육센터 추진사업 등을 통해 효과적인 성평등 문화 확산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이태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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