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퀸카로 살아남는 법'의 한 장면. “탄산 같은 하이틴 로맨스” 얼마 전 넷플릭스 오리지널 무비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를 보았다. 워낙 하이틴 무비를 좋아하는 취향인 데다가 SNS 유저들이 꽤 많이 언급했던 작품이어서 넷플릭스 서비스에 가입하면서부터 꼭 봐야지 생각했던 작품이었다. 저런, 또 당하고야 말았다. 가벼운 마음으로 과자를 와그작 씹으며 시작했는데 십대들의 진지한 심쿵에 화들짝 놀라며 끝나버렸다. 남은 과자도 없었고 멀쩡한 나도 없었다. 아니 물아일체에도 연령제한이 있을 텐데 나이 마흔이 넘어서 이런 꼴을 당하다니. 언제나 찾아오는 로코 후의 비극이었다. 마음이 몰랑몰랑해지고 웃음이 비죽거리며 새어 나오고 외국 고등학교의 캐비닛이 또! 가지고 싶어 진 것이다. 망신스럽지만 당당한 행복의 기분이 나를 감싸 안았다.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는 어린 시절부터 짝사랑의 마음을 몰래 편지로만 남겨두었던 한국계 여학생 라라 진의 연애 소동극이다. 비밀의 상자에 감춰두었던 다섯 통의 러브레터가 짝사랑의 상대들에게 느닷없이 발송되면서 생기는 일들을 경쾌하게 그린 작품으로 제니 한의 원작 소설을 수잔 존슨 감독이 영화화했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 하이틴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이 작품은 2019년 제28회 MTV 영화&TV어워즈에서 최고의 작품상 후보에 올랐으며 남자 주인공 노아 센티네오에게 주목할만한 배우상과 최고의 키스상을 안긴 바 있다. 사춘기를 살짝 넘어선 주인공들에게 찾아온 진짜 감정과 가짜 역할 놀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섬세한 터치로 그려낸 이 작품은 연애편지라는 아날로그적인 감성과 SNS세대의 연애 감수성을 흥미롭게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어떤 장르도 감히 따라할 수 없는 하이틴 로맨스 특유의 설렘을 청량하게 담아내며 후속편이 나올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았다. 어쩌면 십대의 사랑은 연습생 시절의 땀과 눈물을 가득 담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 자체로도 충분한 완성이지만 조금 더 해보고 싶고, 어제의 나보다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하루 온종일을 머릿속에서, 가슴속에서 떠나지 않는 그런 성실하고 정직한 사랑 말이다. 하이틴 로맨스 장르물은 이 투명함 때문에 저평가받은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시대를 막론하고 이 장르만큼 솔직하게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한 장르가 있었을까 싶다. 그것이 바로 오랫동안 장수하는 이 장르물의 매력이고 장점인데 설익은 애들 얘기로 폄하당하거나 비평적으로 등한시된 부분들은 좀 아쉽다. 누군가와 관계를 맺을 때 설렘이라는 감정은 나와 타인의 문을 여는 용기가 된다. 마음의 두근거림으로 상대를 두드리는 순간의 짜릿한 긴장감과 나의 감정에 솔직해지는 씩씩한 순간들을 담은 탄산 같은 장르의 매력을 느껴 보시길! <진명현·독립영화 스튜디오 무브먼트 대표>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