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록산에서 바라본 억새와 오름의 풍경 속에 가을이 내려앉아 있다. 사진=강희만기자 억새가 바람에 출렁이며 ‘장관’ 동남부 오름 파노라마로 펼쳐져 6㎞ 돌담 잣성길 제주 최대 규모 완연(宛然)은 '아주 뚜렷하다', '흠이 없이 완전하다'를 뜻한다. 날씨가 계절의 뚜렷한 특성을 보일 때 이 단어를 주로 쓰는데,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과 선선한 바람에 나무들이 빨갛고 노란 단풍잎을 하나 둘 매달기 시작하는 요즘이야 말로 '완연한 가을'이라 할 수 있겠다. 걷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기라는 뜻이기도 하다. 첫번째 행선지인 작은사슴이오름 입구는 평탄한 송이길과 잔디길로 이뤄져 본격적인 산행에 앞서 몸을 풀어주는 워밍업 역할을 했다. 이 때부터 정석비행장에서 날아오른 연습용 경비행기가 '위잉' 소리를 내며 주변 상공을 날았는데, 이 소리는 투어가 끝날 때까지 모기처럼 따라다녔다. 작은사슴이오름 중턱쯤 오르니 수 십개의 오름 군락과 한라산이 펼쳐졌다. 맨 뒤에 가장 큰 한라산이 버티고 서 있으니, 앞에 크고 작은 오름들은 여왕을 지키는 '호위무사'처럼 보였다. 조금 더 오르니 큰사슴이오름이 보였는데, 능선에는 만개한 억새가 바람에 일렁이고 있었다. 사진 왼쪽부터 들깨풀, 개쓴풀 정상에 오르니 제주 동남부지역 오름 군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가장 뒤에 있는 성산일출봉은 육지 위에 있음에도 바다 위에 떠있는 것처럼 보였고, 반대로 투탕카멘의 관처럼 길쭉한 지귀도는 육지에 있는 것 같았다. 큰사슴이오름 아래 거대한 풍차들이 꽂혀 있는 풍력단지는 다소 이질적인 느낌을 주었다. '오름 파노라마' 감상을 마치고 남영마로길을 이용해 마지막 오름인 새끼오름으로 향했다. 그러나 마로길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키 만큼 자란 풀들을 헤치느라 애를 먹었다. 이번 투어에서 가장 기대했던 것이 마로길이었는데, 상황이 이렇게 돼버리니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었다. 물매화 초지를 지나 새끼오름 아래 있는 편백나무 숲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탐방객들이 버린 다량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거슬렸다. 수거를 하고 싶었지만, 인원이 적어 우리가 배출한 쓰레기를 처리하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두둑히 배를 채운 뒤 새끼오름을 올랐다. 다소 경사가 있었지만, 빽빽히 들어선 나무가 지팡이 역할을 해주면서 수월하게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정상에도 나무가 빽빽해 주변 풍광을 볼 수 없었다. 산부추 억새가 가득한 잣성길을 걷다보니 어느새 출발지이자 종착지인 대록산 주차장에 도착했다. 함께 탐방한 이들의 얼굴에는 "비로소 가을이 왔음을 알게 됐다"는 미소가 떠 있었다. 차를 타려는데 항공복을 입은 사람 몇명이 산책을 하고 있었다. 투어 내내 귀를 때리던 연습용 경비행기를 조종한 '예비 파일럿'으로 보였는데, 그들의 얼굴에도 우리와 비슷한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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