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산중학교 학생 20여명이 사려니숲길을 찾아 학예연구사의 설명을 듣고있다. 이상민기자 사려니숲서 가을경치 만끽 학예사 하천 강의 귀에 ‘쏙’ "교실 밖 색다른 교육 행복" "여러분 숲을 걸을 때는 발 밑에 무엇이 있나 잘 살펴봐야 해요" 김완병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학예연구사가 '알몸'을 드러낸 민달팽이를 손바닥에 올려놓자 아이들이 금세 김 연구사 주위를 둘러쌌다. 김 연구사는 "이렇게 숲에는 여러 곤충, 동물들이 살고 있다"며 "무턱대고 걷다간 이런 소중한 생명을 앗아갈 수 있으니 발밑을 조심해달라"고 당부했다. 지난달 30일 제주시 조천읍 사려니숲길에서 신산중학교 2·3학년 학생·교사 등 2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제주도교육청·한라일보와 함께하는 숲 학교'가 진행됐다. 가을의 마지막 문턱에서 사려니숲길은 울긋불긋 단풍으로 곱게 물들었다. 숲은 교실 밖을 벗어난 아이들에게 절정의 가을 경치를 선물했다. 이날 숲 학교는 천미천 계곡을 따라 숲길을 걷는 일정으로 진행됐다. 천미천은 제주시 조천읍 한라산 동쪽에서 시작해 서귀포시 성산읍과 표선면 쪽 바다로 이어지는 총 길이 25㎞의 제주에서 가장 긴 하천이다. 김 연구사가 "이 하천의 이름을 알고 있느냐"고 묻자 한 학생이 잽싸게 "천미천"이라고 답했다. 곧이어 김 연구사의 하천 강의가 시작됐다. 김 연구사는 "천미천처럼 크고 작은 하천이 제주에는 140개가 있다"면서 "제주의 대다수 하천은 평소에는 물이 흐르지 않는 건천인데, 제주가 화산섬이다보니 하천을 흐르던 물들이 이내 지하로 스며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주는 한라산을 중심으로 원뿔모양처럼 생겼기 때문에 (만약 제주 하천에 이런 지질학적 특수성이 없었다면 빗물이 지하로 침투하지 않고) 모두 바다로 흘러들어가고 말았을 것"이라며 "제주의 하천이 있어 우리가 물을 먹고 살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미천을 걷다 만나는 모든 동식물은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소재다. 김 연구사가 손으로 가르킨 나무 위에 큰부리까마귀가 자리를 잡고 쉬고 있다. 김 연구사의 입에서 큰부리까마귀가 제주지역 텃새라는 설명과 함께 '반포지효(反哺之孝)'의 유래가 뒤따랐다. 반포지효는 흉조라는 까마귀도 자란 뒤에는 늙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준다는 이야기로, 부모에게 효를 다하라는 교훈을 담고 있다. 그러나 김 연구사는 사실은 정반대라고 설명했다. 어미 까마귀가 자신의 새끼에 입으로 먹이를 넣어주는 것을 우리 조상들은 반대로 빗대 반포지효라는 고사성어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이밖에 사약의 재료로 쓰였다는 천남성 이야기 등 살아 있는 교육이 아이들의 귀에 쏙쏙 박혔다. 정민이 학생(신산중 3학년)은 "오랜만에 가을 풍경을 보며 현장체험 학습을 해 힐링했다"고 웃어보였다. 제자들과 함께 숲학교에 참가한 김광수 교사는 "코로나19로 인해 그동안 현장체험학습을 못했었다"며 "오래 만에 교실 밖을 하천을 걷는 색다른 체험을 할 수 있어 뜻깊었다"고 전했다. 이상민기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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