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쥐면 쓰기 마련, 저축하면 늘기 마련'이란 말은 1970년대 저축 장려 포스터의 표어다. 당시 학교에서는 '근검절약'을 최고의 미덕이라고 가르쳤고, '저축의 날' 등 저금을 장려하는 캠페인이 일상적으로 벌어졌다. 그러한 영향인지 남에게 빌려 쓰는 '빚'을 지는 것 또한 해서는 안 될 것 중의 하나로 여겨진 적이 있다. 그렇다면 지방자치단체는 어떠한가? 지방자치단체가 '빚' 없이, 모든 재무활동을 현재의 조세수입으로 충당하는 것, 그래서 지방자치단체의 '빚'이 0원인 것은 바람직한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답은 '아니다'이다. 지방자치단체는 '지방채'를 발행해 '빚'을 지고, 자금을 만들어 미래에도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할 행정서비스를 위해 투자한다. 만약 대규모 건설공사에 소요되는 자금을 현재의 조세수입에 의존한다면, 이는 현재 이용자의 조세부담으로써 장래 이용자에게 무료로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는 조세정의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기에 현 시점에서 제주특별자치도의 지방채 발행은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가? 지금은 신종감염병인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적인 소비 및 경제활동이 중단되고, 민생경제 또한 전례가 없는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즉 소비 및 경제활동 중단으로 조세수입이 급감했으며, 민생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과감한 재정투자의 필요성은 커졌다.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지출은 확대해야 하기에, 그 차이를 지방채 발행으로 메꿔야 한다. 이에 제주특별자치도는 2021년 예산안 편성에 앞서 지역개발채권 발행분 400억원을 제외하고, 2019년 계획 대비 925억원이 증가된 총 2925억원의 지방채 발행 계획을 수립했다. 이러한 지방채 발행 계획은 행정안전부 지침에 의거, 의회 의결을 예산심사로 갈음했던 것에서 탈피해 의회의 요구에 따라 별도의 의결 과정을 처음으로 거쳤다. 이 과정에서 나타난 주요쟁점은 다음 2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앞서 제시한 '조세부담'이 적절하게 분산되도록 지방채 발행 사업이 선정됐는가? 11건 630억원에 이르는 일부 사업들은 기존 일반예산에 반영돼 추진되는 계속사업이었으나, 재원조달 방식이 지방채로 중간에 변경되거나, 전체 발행액의 58.2%가 국토 및 지역개발사업에 편중되는 등 지역일자리사업에 대한 투자는 저조한 문제를 보였다. 둘째, 지방채 상환 계획 또한 조세부담이 적절하게 분산되도록 수립됐는가? 지방채 발행에 따른 채무관리 계획에 따르면 2021~2024년 상환액 1조3420억원 중 2023년 상환액은 4818억원으로, 35.9%에 이른다. 특정연도에 집중된 상환 계획은 현재와 같이 세수여건에서는 높은 상환액 부담으로 가용재원을 감소시켜야 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사실 완벽한 계획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기에, 의회의 우려를 항상 염두에 두고 실제 운용 과정에서 실현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 지금은 '빚테크'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남의 돈인 '빚'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자금 활용과 미래의 가치 창출이 좌우되는 세상이다. 그러나 제주자치도의 잘못된 지방채 발행 계획은 결과적으로 제주도민들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피해를 줄 것이다. 이를 잊지 말아야 한다. <이경용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이 기사는 한라일보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ihalla.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webmaster@ihall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