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도로·번영로 교차점 위치 약 700년 전 마을 형성 추정 ‘백사포’ 4·3 사건 아픔 간직 어선 출어 전 할망당서 정성 메오름서 지귀도·일출봉 조망 표선으로 향하는 97번 도로엔 가을이 가득하다. 화려한 여름의 색들을 다 털어내고 노르스름한 빛깔 하나만 걸친 채 쉬고 있는 자연과 만나는 길이다. 도로 가운데로 가로수 산책길이 보인다. 표선리 초입에 닿았음을 알게 하는 이정표다. 도로가 확장되기 이전에는 저 가로수 터널을 통과해 표선으로 진입하는 느낌이 참 좋았었다. 지금은 자전거 도로와 산책로로 활용되고 있다. 아름다운 가로수 길을 보존하면서도 도로를 확장하기 위해 짜낸 묘책이었다. 바다물질을 위해 가던 해녀의길 마을의 역사는 약 7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웃말캐미(서상동)에 처음 사람이 들어와 살기 시작하며 마을이 형성된 것으로 추정한다. 간혹 신석기 시대의 돌도끼와 토기편 등이 표선리 일대에서 발견됐다. 연관관계는 추후 더 조사를 통해 밝혀야 할 것이다. 기록에 의하면 1416년 제주도가 3개의 군현으로 개편될 당시 정의현에 속해 있었다. 19세기 후반 표선리와 좌선리라는 두 개의 마을을 합쳐 표선리가 됐다. 이후 동중면 소속의 영남리와 표선리 그리고 좌면 소속의 하천리 일부를 편입해 지금 표선리 지역의 경계를 이룬다. 1935년 면사무소가 이 곳으로 옮겨오며 마을이 더 확장된다. 1940년대가 되자 마을의 규모는 300여 호가 됐다. 표선면의 중심지로 부상하게 된 것이다. 이에 동상, 동하, 서상, 서하, 한지동 등 5개의 구획으로 마을을 나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현재 표선리에는 2909세대의 5528명이 거주한다.(2020년 10월 기준) 표선리 백사장 1872년 '정의군지'에는 백사포 (白沙浦)라고 표기돼 있다. 하얀 모래가 두드러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옛 어른들은 '흰모살개' 혹은 '한모살'이라고도 부른다. 그런데 이 곳은 제주 4·3 당시 학살의 현장이기도 하다. 흰모래사장이 붉은 바다로 변했던 시절을 살아낸 어르신들의 고통이 매서운 바람처럼 가슴을 치게 한다. 배가 들고 나는 포고의 등대 메오름에서 바라본 표선리 전경 평평한 표선리의 지형을 가로막고 오름이 서 있다. 표선리와 세화리의 경계에 위치한 매오름이다. 오름 꼭대기의 모습이 매가 바다를 향해 얼굴을 내민 형상을 해 붙여진 이름이다. 이 오름에는 내려오는 전설이 있다. 옛날 용궁의 세 아들이 벌을 받고 제주섬에 유배를 왔는데 먹고 살기 힘든 제주사람들이 이들에게 먹을 것을 나누지 않았다. 하지만 딱 한명 박씨 성을 가진 사람만 음식을 나눴다고 한다. 이에 인심 사나운 이들을 벌주기 위해 제주섬을 물로 잠기게 하고 박씨는 매로 둔갑시켜 산 위로 올려 보냈는데 박씨가 바다의 물고기를 잡아먹으려 하자 이를 돌로 만들어서 지금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한다. 자연지형 하나에도 여러 가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재치가 있다. 가을 국화가 만발히 핀 제주민속촌 당캐포구의 세명주할망당 <글·사진 조미영(여행작가)> [인 터 뷰] “문화공간·병원 확충돼야” 박태숙(표선리 이장) 과거에는 보리, 조, 유채 등을 재배했으나 귤농사를 지으며 삶이 많이 윤택해졌다. 최근에는 하우스 농사를 많이 한다. 그리고 바다를 낀 마을이라 어업이 주요 생업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관광객 유입이 많아지면서 서비스 시설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표선해수욕장을 중심으로 마을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해수욕장의 주차시설과 편의 시설을 갖추고 야간 조명 시설들을 설치했다. 해안도로를 끼고 드라이브를 하기에도 좋다. 야간에 더욱 멋있다. 제주 올레 4코스가 당케포구에서 시작해 남원으로 이어진다. 그 외에도 제주 민속촌과 해비치 호텔, 허브 동산 등이 표선에 위치한 주요 관광지이다. 최근에는 매오름 산책로도 각광받고 있다. 숲속 길을 걷는 느낌을 주는 곳이다. 아쉬운 점은 응급 의료시설이 없어 애로사항이 있다. 문화공간과 병원이 확충돼야 한다. 또한 해상풍력 사업을 유치했으나 이후 행보가 멈춰 있다. 순조롭게 진행이 될 수 있도록 행정이 신경 써 주길 바란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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