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의 외곽 확산에 따른 원도심 공동화와 상권 침체는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겪고 있는 문제이고, 제주 역시 예외가 아니다. 제주시의 옛 상권과 주거 중심지였던 원도심은 인구 감소에다 빠른 고령화로 생기를 잃은지 오래다. 근래엔 자동차 구입이나 주소 이전때 차고지를 확보해야 하는 차고지증명제가 원도심 거주자들에게 또다른 걱정거리다. 원도심의 현주소는 인구 감소세에서 잘 드러난다. 10월 기준 제주시의 주민등록인구는 49만1949명으로, 2000년(37만8762명)보다 29.9% 증가했다. 이 기간 원도심인 일도1동 인구는 4552명에서 2615명, 일도2동 4만734명에서 3만3188명, 삼도2동은 1만273명에서 8077명으로 20% 넘게 감소했다. 노인인구 비율도 20%를 넘겼거나 근접해 행정서비스도 천편일률적이 아닌 맞춤형이 필요해졌다. 반면 같은기간 아라동 인구는 1만1804명에서 3만6776명, 노형동은 2만2946명에서 5만4739명 등으로 2~3배 증가해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졌다. 이렇듯 쾌적한 주거환경과 도심 균형발전을 내세운 도시·택지개발과 외곽지역으로의 도심 확산은 원도심의 침체를 불렀다. 원도심에선 그간 여러 시도들이 있었다. 하지만 활성화 계획이 나왔다 무산되기를 반복했고, 진행된 사업들도 투자비 대비 효과는 미미했다. 현재는 현정부가 추진하는 동네 단위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몇 곳에서 진행중으로 노후주택 개선과 마을 주차장·커뮤니티공간 조성, 주민역량강화사업 등이 이뤄지고 있다. 관건은 이들 사업이 사람을 얼마나 끌어들일 수 있느냐와 사업이 끝난 후에도 주민 주도로 지속가능성을 갖느냐일 것이다. 최근엔 제주도가 지방채 발행 부담으로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인 오등봉공원과 중부공원 2곳에서 추진중인 민간특례사업이 원도심 인구 유출을 더욱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민간특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건설사들은 공원 안에 1630세대(오등봉공원)와 796세대(중부공원)의 아파트 건설을 추진중이다. 쾌적한 주거환경을 따라 대단지 공동주택으로 인구이동 가능성이 큰데, 예산을 아끼려다 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할지도 모를지에 대해 제주도정은 얼마만큼 공감하고 있을까? 이런 상황에서 관심을 끄는 부분이 있다. 제주 공기업인 제주개발공사가 원도심에 적합한 부지만 확보되면 사옥을 건립하겠다는 것이다. 안동우 제주시장도 지난달 행정사무감사에서 “공공기관 유치가 원도심 인구유입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10년 전쯤 제주대학병원이 원도심을 떠나면서 중앙로 일대 공동화와 상권 침체를 우리는 이미 경험했다. 제주시가 현 청사를 도남동 시민복지타운으로 옮기려던 계획을 백지화한 것도 이전시 원도심의 극심한 공동화 우려를 감안한 측면이 컸다. 실현 가능성은 더 지켜봐야겠지만 제주개발공사가 원도심에 둥지를 튼다면 현재 진행중인 도시재생사업들과 맞물려 원도심이 품은 제주만의 독특하고도 풍부한 역사·문화자원을 기반으로 새로운 자산 창출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도시가 살아나려면 유동인구 증가와 젊은층의 유입이 따라야 한다. 개발공사의 원도심 사옥 구상이 현실이 돼 침체된 원도심에 생기를 불어넣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길 기대해 본다. <문미숙 행정사회부장>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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