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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ED 지상전] (4)손일삼의 ‘제주바다-인상’
형체의 소멸 속 색으로 그리는 제주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1. 01.04. 00:00:00
그가 해녀를 붙든 계기는 대학원을 졸업하던 무렵 우도에서 만난 풍경이었다. 그곳에서 그는 우연히 나이 든 해녀가 바다에서 우뭇가사리를 캐내 무겁게 짊어지고 오는 장면을 봤다. 그것은 살아있는 삶의 모습이었다. 노동을 하며 생을 일궈야 하는 사람살이 그 자체였다. 2004년 개인전부터 그는 제주 해녀를 화폭에 품었고 지금에 이른다. 제주대 미술학과 손일삼 교수다.

20년 가까이 해녀를 그려오는 동안 그의 작업은 서서히 바뀌어 왔다. 근래 그의 화면엔 해녀는 있으나 대상의 재현과는 거리가 멀다. 형태가 아닌 색의 표현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갤러리 이디의 제주 중견 작가 11인 초대전에 출품한 '제주바다-인상(印象)' 연작에서 자연스럽게 변화해온 그의 작업 여정을 확인할 수 있다. 2019~2020년 그려진 40호, 50호 크기 유화 작품들로 바다가 마음에 새긴 감성을 색으로 형상화했다. 그의 바다는 초록, 파랑, 노랑, 분홍 등으로 나타난다. 흔히 제주의 거친 환경이나 아픈 역사가 떠오르는 황톳빛이나 회색 바다는 보이지 않는다. 이를 단순하게 낭만의 표상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사계절 제주 자연이 주는 색감이 얼마나 다채로운지 떠올려보자.

저 멀리 성산일출봉이 떠 있고 인근 바다는 빨간 등대와 대비되며 푸르른 빛깔을 띠었다. 그 아래쪽 바다는 연초록이다. 초록 물결 사이로 노란 빛이 슬쩍 밀려들고 바다 아래 검은 바위가 희미하게 비쳐나며 도저한 색들이 형체를 삼켜버린다. 원거리 일출봉은 최소한의 붓질로 드러냈고 근거리 해녀마저 점이 되었다. 거기에 색으로 그려내는 또 다른 제주가 있다.

그는 '제주바다-인상' 연작에 대해 "인물 자체의 느낌을 담은 작업을 해오다 어느 순간 색이 중요해졌다"면서 "화면의 재구성을 통한 기억 속 바다를 조형화한 작품"이라고 했다.

손 교수는 제주대 미술학과와 한서대 예술대학원을 졸업했다. 스물한 차례 개인전을 가졌다. 비오토피아갤러리 3인 초대전, 제주국제크루즈 포럼 제주작가 3인전, 제8회 취리히 아트페어 등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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