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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ED 지상전] (9)강민석의 ‘몸의 기억’
시·공간 헤쳐가는 몸에 새긴 흔적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1. 01.18. 00:00:00
몸은 '사람이나 동물의 형상을 이루는 전체' 또는 '그것의 활동 기능이나 상태'라고 풀이되어 있다. 학교 교육을 통해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배웠다. 몸은 때때로 문명과 야만을 경계 짓는 기준이 되었다. 문명인이 되려면 건강한 몸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며 국가 권력은 처벌이나 감시의 방식으로 몸을 통제해왔다. 인종주의와 결합될 때 몸은 차별을 정당화하는 기제로 작동했다.

뼈와 살로 된 물질인 몸은 단지 육체, 육신의 자장 안에 있지 않다. 동양에서의 몸은 신체를 뜻한다. 그것은 유형의 형체를 넘어 하나의 생명을 담고 있는 그릇이다. 몸은 마음과 분리된 것이 아니라 서로 얽혀 있다. 우린 그 사람의 몸, 또는 바로 그 사람을 일컬어 '자신'이라고 말한다.

제주대 미술학과 강민석 교수의 작품을 보며 감염병 시국에 그 몸들을 떠올렸다. 갤러리 이디 제주 중견 작가 11인 초대전에 나온 '몸의 기억'(2017)이다.

조각가인 강 작가는 오랜 기간 인체 작품을 발표해왔다. 그는 전형적인 인체 조형작업을 전형적인 소조 기법으로 빚어낸다. 그 전형성은 일반적이되 몸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플라스틱 캐스팅 위에 흙을 바른 그 몸은 이질적인 두 재료처럼 이 시대의 신체가 내는 파열음을 들려준다.

몸에는 개인의 사건과 사고, 감정 등이 새겨져 있다. 그같은 몸은 개인이자 집단의 기록이고 궁극적으론 인간의 기록이 된다. '몸의 기억' 연작은 신체가 즉물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적·공간적 관계 안에서 통찰적인 유기체로 살아있음을 드러낸다.

"몸의 움직임을 통해 순간의 감정의 떨림을 읽으려 한다"는 강 작가는 "이는 역으로 연속된 심리적 변화가 신체와 함께하고 있음을 보이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몸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현상과 인체, 인간 자신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자 한다"고 했다.

강 교수는 성신여대 조형대학원을 졸업했고 그동안 열아홉 차례 개인전을 열었다. 제주도미술대전 대상 수상자로 2019 제주현대미술관 지역네트워크 교류전, 스위스 취리히 아트페어 등에 참여했다. 현재 제주대학교 예술디자인대학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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