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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뉴울꽃 제주오름](1) 오름가꾸기 자문위원회에 바라며
제주사람의 삶이 녹아있는 오름이 없다면...
용눈이오름 정비방안 시행착오만 거듭
뉴미디어부 기자 hl@ihalla.com
입력 : 2021. 01.25. 17:22:10
자연은 자신의 아름다움을 알까. 자연은 자신이 생명의 근원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욱 아름답고 애절하다. 제주오름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모두 가지고 있다. 그뿐만인가. 그안에 역사가치,생태가치,경관가치,환경가치,물의 가치 그리고 제주사람의 삶의 가치가 녹아 있는 곳이다.

 하지만 지금의 실상은 어떠한가. 이곳저곳에서 훼손과 파괴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 지고 있으며 단순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 어느 누가 오름에서 제주의 역사를 이야기하며 자연을 감탄하고 추억을 새기며 제주의 미래를 생각하겠는가.

 이제 오름은 그저 무덤일 뿐이다. 비춰볼 거울조차없는 나르시스의 죽어가는 처절한 몸부림이다. 허영과 교만으로 가득찬 인간들에 의해 돌아 볼 시간조차없이 자신의 삶이 파괴되는 운명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오름가꾸기 자문위원회 결과 아쉬움"

 얼마전 제주도에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오름가꾸기 자문위원회 회의결과'에 관한 것이다. 담당부서에 전화했더니 알려주지 못하겠다고 한다. 이것이 무슨 비밀이라고 꼭 정보공개청구를 해야만 받을 수 있는 것인가 의문이 든다. 더군다나 공무원을 제외한 참석한 위촉위원 7명은 비공개다. 도민이라면 제주환경에 관한 정보를 어떤기관에서 누가 어떤 의견을 나누었는지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개인신상을 요구한 것도 아니며 단지 그들의 이름과 단체명을 요청했을 뿐이다.

 정보공개법은 공공 기관이 보유 · 관리하는 정보에 대하여 국민의 공개 청구와 공공 기관의 공개 의무에 관해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국정에 대한 국민 참여와 국정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제정한 법을 말한다.

 그런데 참여한 위촉위원 7명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받지 못했다. 행정소송 판례 사례를 보면, "심의절차의 투명성, 공공성 및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법령 개정 심의에 참여했던 위원 명단의 공개는 필요한 것으로 보이고, 위원명단이 공개된다고 하더라도 심의회의 적정하고 공정한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받을 위험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심의회 참석 위원의 명단은 그 공개로 인하여 얻는 이익이 공개로 인하여 침해되는 이익보다 훨씬 크다고 할 것이어서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5호, 제6호의 비공개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

 정보공개를 청구하면 담당자는 그 내용에 맞는 정보를 충실히 제공해주면 된다. 또한 내용에 얼마나 많은 비밀이 담겨 있기에 담당주무관과 팀장이 공개하기 전에 전화를 했을까. 그런데도 불구하고 받은 내용은 달랑 3줄이었다(자료참고). 회의(자문)결과는 자문위원이 아니라 오름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생각할 수 있는 내용이다. 이런 회의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시간과 돈을 들이면서 하여야 하는가. 얼마전 두번째 자문위원회가 열렸다고 한다. 궁금할 뿐이다.

 이어서 들어온 또 하나의 내용은 용눈이 공사에 관한 것이다. 먼저 회의 내용을 살펴보자

 제공한 자료를 보면 안건이 두개가 있다. 하나는 '용눈이 오름 정비방안' 이고 또다른 하나는 '오름 원형복원에 관한 논의'이다. 회의 내용을 보면 위원장은 탐방객 수를 줄이기 어려우니 시급한 상황이 결정될 때까지 데크시설을 하자고 하며 가결시킨다. 위원의 의견은 둘로 나뉘는데 휴식년제를 실시하고 데크설치를 반대하거나 위원장과 같은 맥락으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오름 정비 따른 환경회복 방안 등은 없어

 먼저 첫번째 안건 '용눈이 오름 정비방안'에 대하여 말하고 싶다. 정비방안이라는 주제가 나오면 가장먼저 해야 할 일이 공사설계도를 보는 일이다. 당시 참석한 주무관에게 확인하니 어떠한 자료도 없이 회의만 했다 한다. 설계가 제대로 되었는지, 아니면 수정할 것이 있는지 검토해야 하는데 그저 긴급보수와 데크설치만 논의하고 있다. 오름에 어떠한 생태가 존재하는지, 공사를 함으로써 오름에 어떠한 영향이 발생하는지, 앞으로 오름의 탐방객을 어떻게 통제하여 환경을 회복할 지, 공사후에 무엇을을 조사하고 확인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전혀 다루어 지고 있지 않다.

용눈이오름 전경.

 설계도 검토는 매우 중요하다. 설계를 검토하는 과정은 준비단계에서부터 환경에 대한 위해요소를 사전에 발견하고 그에 따른 여러가지 저감대책을 수립하여야 하는 것이다. 검토자는 완전히 해소하지 못하여 남아있는 위해요소를 행정에게 전달하여 수정하고 보완토록 하여야 하며, 행정은 그 위해요소가 설계도에 포함되도록 조치하여 시공단계에서부터 해소되도록 하여야 한다. 또한 행정은 환경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위해요소를 줄이는 업무를 수행하여야 한다.

 그런데도 이와 같이 공사설계도 검토조차 하지 않는 시행착오가 반복되고 있는 까닭이 있다. 사람들이 자기가 알고 있는 만큼만 습관처럼 볼려고 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테두리 안에서 매사를 판단하고 결정하는 습성이 있다는 사실을 가끔 잊어 버린다. 또한 해당분야 전문가의 조언에 귀 기울이는 척 하지만 진정으로 마음의 문을 열어젖히고 전문가의 기술력과 오랜 경험을 인정하는 데는 더더욱 인색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무심기 얘기만 하다 끝난 원형복원 논의

 두번째 안건은 '오름 원형복원에 관한 논의'이다. 이 논의는 나무심기에 관한 이야기만 하다 끝났다. 어떠한 결론이 없는 것이다. 복원에 대한 개념과 의식이 있는것인지 의문스럽다. 환경복원은 상당히 어려운 부분이다. 자연적이나 인위적 요인으로 균형이 깨어진 환경을 원래상태로 회복하게 하는 일이 환경복원이다.

 복원사업은 상세한 절차를 아주 구체적으로 담고 있어야 한다. 생태계의 전반적인 조사, 지질학적 조사, 탐방객의 동선과 그들의 의식조사, 복원후의 구체적인계획까지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제주오름에 관한 공사는 어떠한 사전조사없이 토목·조경공사만 했다. 자연환경복원의 원칙도, 전문가의 조언도, 공사후의 모니터링도 없었다. 오름훼손의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치유하지 않은 복원은 또다른 오름파괴의 한 부분일 뿐이다. 진정한 환경복원은 단순한 공사가 아니라 오름에 살고 있는 생명이 서로 공존하며 제대로 살아가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이 편리하기 위한 탐방로 공사는 오름을 파괴하는 지름길이다. 이러한 공사는 또다른 참담한 결과를 만들게 된다. 참담한 결과는 지금까지 오름공사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주도에서 그간 행하여 왔던 환경에 대한 수많은 정책들은 다 어디에 갔는가. 환경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는 것이 아니다. 실패한 정책을 통렬히 시인하고 반성하며 실패한 원인을 분석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구해야 또다른 실패를 하지 않을 것이다. 복원의 개념이 없고 정비사업 설계도조차 검토하지 않은 자문위원회, 어떠한 자료조차 준비하지 않은 제주행정은 반성해야 한다.

훼손된 용눈이오름. 2018년도 촬영

 생각하여 봤는가. 오름이 없었다면 지금의 제주가 있었을까. 제주는 화산섬이다. 화산은 빼앗기 보다 주는 것이 많다. 새로운 땅, 새로운 섬의 탄생, 그 역사속에 살아온 제주사람과 오름을 잘못된 판단으로 더 파괴된다면 큰 불행이다. 제주환경은 미래로 미루지 말고 지금부터 올바르게 지켜야 하는 것이다.

 제주자연의 내음을 맡던 가슴엔 자연을 위한 경외심의 미소대신 이젠 인생샷을 위한 웃음소리만 가득차고 자연의 여유로움을 거닐던 두 다리는 이젠 도시에서처럼 오름에서도 바빠지 듯 걷고 있다. 하루하루 지쳐가고 있는 오름의 비명소리도 듣지 못하고 지내는 것이 일상사가 되었다.

 우리는 많은 생각을 하여야 한다. 우리는 자연속에서 어디에 위치해 있고 우리가 태어난 제주의 땅에 대하여 어떤 태도를 취하여야 할 지 깊은 생각을 해야 한다. 우리는 자연의 품에 안겼을 때야 비로소 더 할 수 없이 큰 행복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자연을 위하는 공존, 다양한 방법으로 오름의 생명을 보호하면서 공생하는 순수한 환경주의자가 되어야 한다.

자연과 공존하는 환경주의자가 되자

 Manly Palmer Hall의 '모든 시대의 비밀 가르침들(Secret Teachings of All Ages)'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인간은 자연이라는 거울속을 계속 바라보다가 거기에 보이는 비쳐진 모습인 지성(知性) 없는 육신(senseless clay: 식별력이 없는 흙)을 자신의 참된 자아로 받아들여 결국 자신의 육신의 삶을 자신의 불가시의 불멸의 자아를 전개할 기회로 삼지를 못한다" 고 하였다. 나르시스가 물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다 잡으려 하였으나 결국 자신의 생명을 잃어 버리는 자멸을 하였다. 우리가 무심결에 자연을 대하는 태도가 자연에 위험을 주는 행위가 되고 그 행위가 자연과 자신의 생존마저 앗아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여야 한다.

 잠시 걸음을 멈추어 오름을 보라. 무엇이 보이는가.

 나는 제주오름에 관하여 몇가지 주제로 이글을 쓰려한다. 판단은 이글을 읽는 사람의 몫이지만 제주오름을 아끼고 보전하고자 하는 마음은 일치하리라 생각한다. 다음은 '용눈이 공사의 문제점'에 관한 이야기이다.

<김홍구 제주오름보전연구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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