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축 붙이며 대길 염원 언 땅을 뚫고 어김없이 봄은 온다. 코로나19로 기나긴 겨울이 계속되고 있지만 머지않아 새봄이 우리 곁에 머물며 초록 싹을 틔울 것이다. 그날이 온다는 걸 알기에 우린 지금 차가운 계절을 견딜 수 있다. 입춘(立春)은 새봄, 새해를 뜻하는 새해 첫 절기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날이 입춘이다. 지금은 그 기능을 거의 상실했지만 옛적엔 이날을 기리며 닥쳐오는 1년 동안 대길(大吉)하기를 염원하는 갖가지 의례를 베푸는 풍속이 있었다. 제주에서는 입춘 날을 '새철 드는 날'로 부르며 새해를 맞는 마음을 나눴다. 2021년 입춘은 양력 2월 3일. 국립민속박물관의 '한국세시풍속사전', 제주도의 '제주문화상징', 제주문화원에서 펴낸 '역주 탐라록'을 참고해 입춘 이야기를 추려봤다. 탐라국입춘굿 칠성비념. 사진=제주민예총 제공 다른 지방에서 볼 수 없는 제주 세시풍속인 '신구간'도 입춘 절기를 기준으로 날짜가 정해진다. 대한(大寒) 후 5일부터 입춘 전 3일까지의 기간을 말한다. 이때는 지상에서 감시하던 신이 하늘로 올라가고 새로운 신이 교체되어 내려오는 신의 공백기다. 그래서 이 시기에 집 수리, 이사 등을 해도 아무 탈이 없다고 봤다. 1970년대 새마을운동이 벌어지자 신구간을 '제주의 6대 폐습'의 하나로 정해 제주도에서 폐지 운동을 펼친 일도 있다. '신구간'은 2007~2008년에 걸쳐 제주도가 선정한 '제주문화상징'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 또 다른 '제주문화상징'인 '입춘굿'은 신구간에 부재했던 신의 등장을 알려주는 관민합동의 축제였다. 하늘에서 내려온 농경신을 모셔 풍년을 기원하고 제주목 관아의 액을 막는 굿을 펼쳤다. 농경의례를 보여주는 입춘 탈굿놀이. 사진=제주민예총 제공 신년의 풍농굿이었던 입춘굿은 일제강점기인 1914년 전승이 단절된다. 그러다 1998년 제주민예총이 제주시와 손을 잡고 '탐라국입춘굿놀이'란 이름으로 복원시켜 오늘에 이르고 있다.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새로운 봄을 맞이하는 희망과 설레는 기운을 담아온 '탐라국입춘굿'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취소됐다. 올해는 비대면 온라인 실시간 영상 중계로 부활시켜 2월 2일부터 3일까지 제주를 넘어 각지에서 봄날을 꿈꾸는 이들과 만난다. 굿청열명올림. 사진=제주민예총 제공 1월 29~2월 1일에는 시민 참여 입춘맞이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입춘국수, 소원지 쓰기, 굿청 열명올림을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입춘춘첩은 사전 신청자에 한해 제주목 관아에서 강평환 서예가가 직접 써서 드라이브스루로 전달할 예정이다. 관공서와 공방, 상점 등에서 신청을 받아 입춘등 걸기에도 나선다. 문의 758-0331(제주민예총). 진선희기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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