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눈이오름 전경. 용눈이를 볼때마다 생각나는 영화가 있다. '파리넬리'이다. 모든 여자들에게 사랑을 받지만 파리넬리는 어떤 여자에게도 진정한 사랑을 줄 수가 없는 운명을 지닌 그가 용눈이와 닮았기 때문이다. 그의 노래 "울게하소서"에서 그는 가혹한 운명과 영원한 고통속에 울고 있지만 형벌의 사슬을 끊고 오직 자비로서 번뇌와 슬픔이 사라지게 해달라고 하고 있다. 수많은 관광객이 찾아 오고 수없이 많은 인생샷을 찍고 있는 곳이 용눈이다. 얼마나 예쁜 하늘이 있는가. 얼마나 자연이 아름다운가. 인생샷을 건지기에 충분하지 않은가. 하지만 멋진 하늘과 한장의 인생샷을 위해 용눈이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아픈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용눈이의 아픈 모습을 관찰하기 위해 용눈이에 갔을 때 나는 지나가는 관광객에게 이렇게 애원했다. 인생샷도 좋고 멋진 자연경치 사진도 좋은데 그많은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릴때 망가져 가는 용눈이사진도 한장 올려서 파괴되어 가고 있는 용눈이의 절규를 알려 달라고 말이다. 대부분은 무심히 지나가고 어쩌다 '이게 뭐지?'하고 바라볼 뿐이다. 그들이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들에게 오름은 즐거움의 대상이지 보존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용눈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복구, 통제, 휴식년제, 복원이 나오고 이에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그렇다면 망가질 때로 망가진 용눈이에 대한 처방이 무엇일까? 작년에 임시로 복구공사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 용눈이는 공사가 전면 중단된 상태이다. 이유가 뭘까. 담당주무관에게 확인하였더니 사유지 토지문제로 공사가 중단된 상태라 한다. 중단된 이유를 말하기 전에 용눈이 공사에 대한 문제점을 하나씩 열거하고자 한다. 복구토양, 녹화마대, 자재운반용 모노레일, 공사관계자, 쓰레기, 침식, 산사태, 물길, 설계-공사-감독, 행정 등등 너무나 많은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파괴되는 용눈이오름. 부드러운 초지와 보라색 꽃양유로 뒤덮이던 용눈이가 이렇게 파괴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복합되어 있다. 우선 소와 말이 지나가며 그들만의 작은 길을 내고 그들이 낸 길을 사람이 다니면 비와 바람에 의해 침식이 일어난다. 그렇게 조그맣게 일어나던 침식이 어느때 부터인가 많은 사람이 다니면서 답압에 의한 파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방송에 알려지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파되면서 이제는 명소가 되고 그에 걸맞게 파괴는 급속도로 진행되었다. 여기에 다녀간 그 누구도 환경파괴에 대한 우려를 전하는 목소리는 내지 않은채 자신을 내세우는데만 급급했다. 그들이 다녀간 곳은 초토화되었다. 볼쌍사납게 변해버린 곳을 바라보며 쓴웃음을 짓는 것은 제주에 살고 있는 제주사람의 몫으로 남아 있다. 사람이 다녀간 흔적, 사람이 걸으며 땅에 가하는 압력이 답압(踏壓)이다. 사람이 걸어 다니게 되면 그 무게가 땅에 상당한 압력을 가하게 된다. 몇년 전에 1950m로 알려졌던 한라산의 높이가 1947m로 측정되었다는 기사가 있었다. 당시 원인 중 하나로 사람들이 백록담 일대를 걸어 다니며 가한 답압의 영향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였다. 그만큼 답압은 지형과 생태계를 변화시킬 정도로 위력을 발휘한다. 사람이 걸으면 물길이 바뀌고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 쉽게 말하면 답압은 흙과 흙사이의 공간을 줄이는 작용이다. 공간이 줄면 흙은 점점 압축되어 단단해지고 공기와 물이 다닐 공간이 없어지고 이로 인하여 다양한 토양미생물이 줄어든다. 따라서 영양분의 순환이 이루어지지 않아 흙에 뿌리를 내리는 식물의 개체수가 줄어들고 결국 맨땅이 드러난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비가 오면 빗방울이 지표면에 닿으면서 압력을 가하게 된다. 이미 사람의 답압으로 공간이 남지 않은 흙은 물을 받아 들이지 못하고 표면이 파이게 되는데 이것을 침식이라고 한다. 침식이 진행되면 오름이 파이고 물길로 인해 파괴된 그곳의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제주오름은 대부분 스코리아(제주어:송이)로 이루어져 있어 이러한 침식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이러한 것을 해결하는 방법, 즉 가장 확실하고 생태계에 영향이 작은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하다. 전면 통제를 하고 최소한의 인위적인 복원공사를 한 후 자연이 회복할 수 법위내에서 탐방객을 받는 것이다. 아름다운 오름을 지키기 위한 작은 불편함을 귀찮아 한다면 영원히 함께 갈 수 없는 더 큰 불편함을 초래할 것이다. 자연이 주는 혜택, 자연이 주는 이익이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자연은 인간을 위하여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은 자연의 구성원으로서 존재하여야 하지만 불행하게도 자연환경에 대한 편협한 사고방식이 보편화되고 있다. 강력하고 절대적인 보호정책이 없이 환경보전관리라는 이름으로 이용되고있을 뿐이다. 자연에 의해 제공된 가치를 하찮게 여긴다면 자연생태계를 쇠퇴시키고 악화될 것이다. 이런 정책이 계속되고 생각이 존재하는 한 자연과 인간의 공존은 커녕 공멸할 뿐이다. 2020년 제주도는 민원이 들어오는 용눈이를 복구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공사안내문에 이렇게 적혀 있다. ○ 공사명 : 2020 자연환경보전시설(용눈이 오름. 지미봉) 정비공사 ○ 공사개요 : 보행매트설치(B=1.2m), 식생복구마대설치, 목책, 로프휀스, 기타시설물 설치 ○ 공사기간 : 2020년 4월 16일 ~ 2020년 11월 20일 ○ 발주처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하지만 그 계획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었고 공사하면서 현실화가 되었다. 그리고 11월에 접어들자 공사가 중단되었다. 이제 하나씩 짚어가며 문제점을 도출시키고자 한다. 용눈이오름 복원공사 모노레일. 용눈이 정상에서부터 북쪽 목장지대까지 이어진 약 300여m 정도의 모노레일이 자재운반용으로 설치되어 있다. 언뜻보면 공사하는데 당연한 것이 아니냐고 하겠지만 이것은 또다른 환경파괴를 야기한다. 모노레일을 설치하기 위하여 관목과 억새를 베어낸 자리에는 초본류와 관목이 정착하기도 전에 세굴현상으로 침식되어 파일 것이기 때문이다. '세굴'이란 흐르는 물의 침식작용에 의한 결과로서 파인 물질이 이동되는 현상을 말하는데 미국에서도 교량붕괴 원인 중 세굴의 비중이 40∼50%라는 보고가 있을 정도로 구조적인 문제보다 세굴의 영향이 더 크다. 모노레일 주변에는 이미 침식이 시작되었다. 자재가 떨어져 있고 말이 올라가며 무너진 토양, 탐방객이 다닌흔적, 물로 인한 침식은 설치할 때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공사종료후에 모노레일을 철거한다 해도 이미 시작된 침식은 쉽게 잡지 못한다. 용눈이가 그렇게 파괴된 것이기 때문이다. 모노레일 설치가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분석하지 않고 시작한 공사는 용눈이를 또다시 훼손의 늪으로 빠뜨리는 옥상옥이다. 용눈이오름 복원공사 복구용 흙. 생태계는 개발로만 파괴되는 것이 아니다. 환경에 투입되는 흙이나 수입하는 사료 등에 포함된 외래 식물의 유입과 확산은 인위적인 경로로 유입되는 경우가 많다. 제주는 공항과 항만을 통한 왕래가 잦아지고 기후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외래종 생물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외래종의 유입은 다른 종과 서식 공간 및 먹이에 대한 경쟁과 토착 생물의 서식지 파괴 또는 다양성 감소, 토양의 물질대사 변화, 병원체 전파같이 경제적, 환경보건 피해 등 환경과 사회에 피해를 유발하기도 한다. 토착생태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난다. 물론 긍정적인 면도 있다. 식용, 약용, 관상용 등으로도 쓰이며 절개지 등의 토양 안정화를 주기도 하며 생물다양성 증진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제주도의 가장 대표적인 상징이 오름이다. 제주오름에서 제주에서 자라나는 생명이 가장 제주다운 것이기 때문에 한라산국립공원이나 오름같은 곳에서 사용하는 흙은 철저하게 살균을 하여 사용하여 야 한다. 이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개민들레(서양금혼초), 도깨비가지같은 식물도 있고 제주도에 현재 진행중인 재선충도 제주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주범인 것이다. 용눈이오름 복원공사 현장의 쓰레기. 환경에 대한 작업은 공사관계자의 의식에서 출발한다. 여기서 공사관계자란 공사에 관련된 모든 사람을 말한다. 그런데 관련된 사람이 환경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용눈이 공사 현장을 여러번 확인하고 문제점을 발견하여 행정에 알려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 각종 쓰레기가 여기저기에 흩어져 날리고 담배꽁초는 사방에 널부러져 있다. 더군다나 건조한 시기에 오름에서 공사하면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수많은 쓰레기가 오름에 불려나고 있으며 자칫 산불로 번질 수 있는 흡연행위는 자연에서 공사하는 가장 기본적인 수칙마저 어기거나 무시하는 어리석은 일이다. 김홍구 제주오름보전연구회 대표 다음 회에는 녹화마대 문제점과 시설물 설치에 대한 보완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김홍구/제주오름보전연구회 대표>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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