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서귀'에 실린 풍경. 작가는 회복과 돌아보기의 여행지인 '서귀'로 이끈다. 여기, 남자와 여자가 있다. 남자는 처가 도움으로 성공하려는 야망이 있으나 그것이 옳은 일인지 자문한다. 여자는 아들을 먼저 떠나보낸 슬픔으로 물 한 모금 입에 대지 못하는 날들이 많았다. 그들의 발길이 닿은 곳은 서귀포다. 각기 다른 이유로 여행자가 된 두 사람에게 서귀포는 어떤 해답을 내놓을까. '아버지의 바다'의 주인공은 정방폭포를 출발해 서복전시관, 소남머리, 자구리, 이중섭거주지, 솔동산, 천지연폭포, 새연교, 새섬으로 차례차례 이동한다. 걸어서 약 2시간이 걸리는 총 6.8㎞ 코스다. 이 과정에서 소설의 주요 모티브가 되는 공간이 이중섭거주지다. 남자는 가족 사랑이 지극했던 이중섭의 삶에서 아버지를 본다. 자신이 돌아가야 할 '서쪽'은 아버지와의 관계를 회복하는 일임을 깨닫는다. '태풍서귀' 속 여자는 천지연폭포 주차장에서 남성마을, 황우지, 외돌개, 돔베낭골, 속골, 서건도, 강정천, 길거리 성당, 강정평화센터까지 걷는다. 모두 합쳐 11.5㎞ 길이로 도보로 약 4시간이 소요된다. 태풍이 올 때마다 중계 카메라가 모여드는 법환포구 등이 있는 이 구간을 통과하며 여자는 서서히 주변 사람에 대한 증오를 지워 간다. 강 작가는 "사는 동안 인생태풍을 겪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라며 "소설을 통해 성실하게 살아가는 이 땅의 아버지들에게 힘이 되고 싶었다. 우리 시대 태풍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 위로가 되고 싶었다"고 했다. 사람과사람들. 2만5000원. 진선희기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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