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라는 굴레 속에 갇혀 뻔한 삶 살고 싶지 않다면 "경험은 한 번도 열어보지 못한 방의 문을 여는 것…" 노년의 호기심과 열린 생각 <저자 무루(박서영), 출판사 어크로스> 한라일보와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가 올 한 해 '북클럽에서 이 한 권의 책을'이란 이름으로 책 이야기를 나눕니다. 월 1회 제주에서 활동하는 북클럽과 함께 코로나 시대에 한 권의 책이 전하는 새로운 내일과 즐거이 만나길 기대합니다. ▶대담자 ▷고승희: 제주한라대 호텔경영학과 겸임교수, '책 읽는 엄마들', 더 리더스(The readers) 등 독서 모임에 참여 ▷이혜연: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위원 이혜연(왼쪽)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위원과 '책 읽는 엄마들'의 고승희씨가 독서 대담 중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제공 ▷이혜연(이하 이): 2021년 서귀포시민의 책 중에서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고승희(이하 고): 어쩌다 보니 항상 10년 주기로 나의 인생을 준비하고 계획하는 습관이 생겼다. 40대 후반인 지금 '50대 이후의 나는 어떻게 준비하고 살아가야 할까?' 이 질문이 항상 제 머리를 채우고 있었기에 2021시민의 책 목록에서 이 제목이 단번에 저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나이라는 굴레 속에 갇혀 뻔히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평소에 하는데 제목이 너무 재미있었다. ▷이: 작가는 이야기 속에 많은 책을 소개하였는데, 그중에 읽어보았던 책이나 읽고 싶었던 책이 있다면? ▷고 : '토요일의 기차'. 고등학생이 된 큰 애가 작년에 일본 대학에 진학하고 싶다고 깜짝 발표했는데, 우리 부부 같은 기성세대의 기준엔 일본은 유학 국가로는 덜 매력적인 곳이라 반대를 했었다. 작가의 말대로 어른들의 불안에서 기인한 어른인 부모로서의 충고와 반대로 긴 시간을 두고 얘기했지만, 우리 아이들 세대의 시각을 이해하게 되며 결국 딸아이의 선택을 존중하고 지지해주기로 했다. 작가의 글 중 '나를 어딘가로 움직이게 하고, 다시 설 수 있도록 일으켜 주었던 말들은 언제나 나를 잡아끄는 말이 아니라 나를 안아주는 말이었다.' 마음속에 깊이 새겨 그런 부모,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인생을 만들기 위해 나아가고 자라고 있는 아이의 그 모습을 격려하고 지지해주는 그런 부모가 되고 싶다. ▷이: 작가는 "경험은 한 번도 열어보지 못한 방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이다. 그때마다 세계가 한 칸씩 넓어진다. 새로 문이 열리면 세계의 모양과 크기도 달라진다."라고 하며 고양이라는 새로운 문을 열었던 이야기를 했는데, 요즘 새롭게 열고 있는 문이 있다면? ▷고: 커피와 베이킹에 관심이 많아 작년부터 배우러 다니고 있다. 코로나로 멈췄는데 조만간 다시 배울 예정이다. 대학에서 언어를 전공해 쭉 그쪽에 관련된 일을 했다. 도전을 즐기는 편이지만 47살에 아주 다른 일을 배우려니 손도 서툴고, 나의 주관적인 맛이 아닌 모두가 좋아할 만한 맛을 알아가는 과정이 힘들었다. 배우고 실습으로 아르바이트를 찾으려 해도 나이가 많아 갈 곳도 없고, 나의 의욕과는 무관한 사회적인 나이 제한의 선입견을 처음 경험한 거라 힘들었지만, 바리스타 선생님이 커피는 손만 쓸 수 있다면 7~80대까지도 할 수 있다며 격려해주셨는데 큰 힘이 되고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꾸준히 하면 내 삶의 또 다른 직업이 될 수 있다는 기대와 설렘이 참 좋다. ▷이: 작가는 스무 살 무렵 늦은 성장통이 시작되는 시점부터 그림책을 읽기 시작해, 그 후로 그림책 속에서 기쁨과 슬픔의 여러 이름을 알았다고 한다. 평소 그림책에 관한 생각은? ▷고: 아이들의 책이라고만 여겨왔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그림책이 나이와는 상관없는 우리 모두의 좋은 친구이자 인생 동무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이들을 위한 동화 속 이야기 속에서 현재 어른들의 삶, 희로애락의 감정을 연결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작가의 능력이 너무 부러웠다. ▷이: 작가는 "책을 읽는다는 건 작가의 세계 위에 내 세계를 겹쳐 보는 일이다"라고 하며 '어디로 갔을까, 나의 한쪽은' '떨어진 한쪽, 큰 동그라미를 만나'를 소개했는데,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다. "가보지 않고 장담할 수 있는 길은 없다. 중요한 건 어쩌면 걸음걸이…."라고 한 부분이 40대 중반을 넘어가고 있는 우리 나이 때에 선택이라는 의미로써 많이 와 닿았는데 그에 관한 생각은? ▷고: '선택'이라는 주제보다는 '시기와 방향' 두 단어가 떠올랐다. 학창 시절 필독 도서 리스트 속의 책들을 읽으면 '난 이해도 안 되고 재미도 없는데 왜 명작이지? 내가 싫증이 난 건가?'라며 좌절했었다. 하지만 2년 전 미국 작가 개브리얼 라빈의 '섬에 있는 서점'을 읽고, 어린 시절 좌절에 보상받은 정말 통쾌한 경험을 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다음 문장들이 떠올랐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기 위해 책을 읽는다. 우리는 혼자라서 책을 읽는다. 책을 읽으면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때로는 적절한 시기가 되기 전까진 책이 우리를 찾아오지 않는 법이죠.' 타인들과 방향과 속도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길을 찾고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마음이 편해지고 책 읽기가 정말 좋아졌다. ▷이: 노년의 삶에 필요한 세 가지 조건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책 속에 소개된 이동진 평론가는 호기심, 유머, 품위를 꼽았는데 노년의 삶에 필요한 세 가지 조건으로 어떤 것을 말하고 싶은가? 혹은 어떤 노년을 맞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는지? ▷고: 호기심, 열린 생각, 배우자. 나는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다, 사람, 물건 등 항상 궁금하고 알고 싶다. 알려고 이야기해보고, 가보고, 읽어보고… 참 바쁘게 산다고 주변 사람들이 얘기한다. 피곤하고, 실수도 하지만 아주 재미있는데, 내가 언어를 배우는 이유이기도 하다. 제주라는 섬에 태어나 자라면서, 다른 언어, 사람, 문화 등이 궁금했다. 열린 생각도 필요하다. 생각의 문을 닫아버린다면 노년이 되어 신기한 새로운 세상을 누리며 살아갈 수 없다. 나이가 들어도 이 세상의 구성원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 코로나로 60대 이후의 분들도 접근성이 없었던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 쇼핑, 문화생활, 재테크, 은행 업무 등을 경험하며 삶의 만족도와 즐거움이 높아진 것 같다. 시대의 변화에 유연하게 열린 생각으로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배우자를 꼽는다. 나는 참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결혼 후 여러 일을 겪으며 서로가 인생의 동등한 배우자가 된 지금에 감사하며 살고 있다. 일도 같이하고, 각자가 읽은 책 이야기도 하면서 나를 너무 잘 아는 친구인 남편에게 항상 감사하다. 건강하게 서로 힘이 되며 더 많은 것에 도전하고 즐기며 사는 노년을 맞고 싶다. ▷이: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인물이 여럿 있었는데,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면? ▷고: '훌륭한 열매를 맺지 않아도' 이 글귀에 마음이 참 편해지며 나의 이삼십 대가 떠올랐다. 경쟁 속에서 발전하며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가는 것만이 나의 목표이며 당연한 것이라 여기며, 멋진 결과에 사람들의 인정을 받는 삶이 전부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다 실패와 좌절을 겪고 나서야 작가의 표현대로 자신이 있는 곳에 가장 어울리는 상태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고 이루며 나답게 살아가는 지금의 하루하루에 감사하다. 북클럽 ‘책 읽는 엄마들’ 북클럽 '책 읽는 엄마들'. 코로나 전 야외 나들이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아이들은 어느덧 고1이 되었고, 책을 통해 소통하는 시간이 엄마와 자녀에게 큰 도움이 된다. 코로나19로 1년 동안 활동을 못 해 아쉽지만, 곧 만나길 기대하고 있다. <정리=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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