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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세상] 새들의 투지 떠올리며 삶의 용기 얻는 소년
다라 매커널티 ‘15살 자연주의자의 일기’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1. 04.02. 00:00:00
그의 이름은 다라. 아일랜드 신화에 흔하게 나오는 명칭으로 '참나무'라는 뜻과 함께 '현명하고 알차다'란 의미를 지녔다. 자폐 스펙트럼이 있는 다라는 기쁨을 통제하지 않고 드러내길 좋아하고 자신이 아는 지식을 이야기해 주고 싶어 한다. 그런 이유로 다라는 학교에서 괴롭힘의 표적이 되었고 스스로 마음의 문을 걸어 잠갔다. 그를 세상 밖으로 꺼내준 건 새와 이끼, 곤충과 꽃들, 그리고 가족들이었다.

다라 매커널티의 ‘15살 자연주의자의 일기’는 이 잔인하고 무자비한 세상에서 도망치지 않고 자연을 통해 배운 것들로 세상을 다독이고 사랑하기로 한 치열한 삶의 기록이다. 집에서, 자연 속에서, 머릿속에서, 봄에서 겨울로 세계가 변화하는 과정과 더불어 인생의 폭풍을 견뎌 내는 모습이 들어 있다.

다라는 작은 몸집의 새들을 보며 감탄과 동시에 용기를 얻는다고 했다. 제비들은 굶주림, 탈진과 싸우면서 6주 동안 매일 300킬로미터를 날기 때문이다. 다라는 학교, 사람, 교실 같은 새로운 것들에 대한 걱정이 시작될 때면, 제비의 회복력과 투지를 떠올린다.

땅바닥에 누워 참나무 가지를 올려다볼 때도 있다. 그림자로 얼룩덜룩한 빛이 우거진 가지 사이로 비치고, 나뭇잎이 고대로부터 내려온 주술을 속삭이는 것만 같다. 그 나무는 사는 동안 숱한 멸종과 사랑과 상실을 목격했을 것이다. 다라는 생각한다. “우리가 나무의 언어를 번역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나무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을 텐데.”

자연에 몰입하면서 용기를 얻고 성장해 가고 있는 다라는 우리에게 잠시 걸음을 멈추라고 말하고 있다. 나비가 우아하게 날갯짓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집 주변에 어떤 새들이 언제, 얼마나 찾아오는지 살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 과정을 통해 자신을 제대로 볼 수 있고, 타인과 온전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김인경 옮김. 뜨인돌.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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