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소인배 체질인 건지 배가 곧잘 아프다. 나는 이만큼 노력해 티끌만한 성과를 냈는데 쟤는 대충 하면서도 큰 성과를 낼 때, 나는 죽을 만큼 해도 안됐는데 쟤는 꿀 빨면서 됐다는 기분이 들 땐 배가 아프다 못해 곪는다. LH 임직원 부동산 투기 사태 이후 온 사회 논의 구조가 기 승 전 부동산이다. 투기는 나쁜 걸까? 나쁜 투기는 누가 어떻게 하는 걸까?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LH 직원들이 제대로 가르쳐줬다. 부동산 정책 정보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이들이 대출 통제가 느슨한 제2금융에서 거액을 빌려 각종 방법을 동원해 맹지까지 사들인, 이른바 '공공정보 도둑질'이라 정리하면 될 듯 하다. "우리 회사만의 혜택이다, 복지다, 꼬우면 이직하든가"라며 블라인드 앱에 올린 경솔한 글은 기름을 부었다. 고약한 심성과 뒤틀린 우월감으로 가득한 이들이 가득한 이곳을, 이쯤 되면 그냥 놔두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더 크고 비싼 집에 살고 더 맛있는 음식을 먹고 더 좋은 차를 타고 더 좋은 옷을 입고 싶은 건 인지상정이다. 정당하게 번 돈으로 법적 하자 없이 집을 사고 꼬박꼬박 세금을 냈다면 고래등 기와집을 산 들 하등 뒤가 구릴 게 없다. 청년 실업률 10%시대다. 좌절이 큰 만큼 공정에 민감하다. 나는 이만큼 '영'혼을 '끌'어들여 노력했는데 실패했다, 어라, 근데 저 인간은 꿀 빨면서 쉽게 하네? 라는 생각은 점잖고 나긋한 인간 마저도 길길이 날뛰게 한다. 분노 추동질은 더 기가 막히다. 정치인이라면 그 원천적 괴로움을 추스를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분노만 부추기고 이용하려는 얄팍함이, 전략이어선 안된다는 생각이다. 이때다 싶어 자못 비장하게 소매를 걷어붙인 졸속의 겉핥기엔 애초 기대할 게 없다. <강다혜 정치부 기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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