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추억을 쌓고 있는 관광객들. 스물다섯 현요아 작가의 에세이는 제주 토박이에게 이 땅은 '환상의 섬'이 아니라 아프고 쓰린 일상이 있는 삶의 공간임을 드러낸다. 19년 제주, 6년 서울 생활 제주 토박이의 성장 기록 "어디 있든 튼튼히 지내길" 코로나19 시국에 해외로 떠나지 못하는 관광객들은 오늘도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다. 제주살이 열풍이 한풀 꺾였다고 하나 제주 섬에 대한 '로망'은 여전하다. 그러니 표지에 흐르는 제목이 도발적일 수 있겠다. '제주 토박이는 제주가 싫습니다'라고 했으니 말이다. 제주에서 태어나 19년을 살았고 서울에서 6년째 지내는 중이라는 동화 작가 현요아씨. 그가 제주와 서울 생활의 단상들을 모아 그 같은 표제의 에세이를 냈다. 그는 2년 전만 해도 제주, 서울 두 곳 다 집이 아닌 듯 했으나 스물다섯에 깨달은 게 있다. 제주든, 부산이든, 서울이든, 강원도든 마음을 잠시 내려놓은 곳이 고향이라고. 슬픔을 숨기고 살 필요는 없지만, 기쁨을 숨길 필요도 없다고. 부정이 오면 부정대로, 긍정이 오면 긍정대로 살자는 이 젊은 작가는 "고통뿐인 사건에서도 웃음을 고르는 힘"이 생겼다며 그 반이라도 독자에게 전달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솔직하게 지난 사연들을 풀어냈다. 현 작가는 제주를 '환멸의 섬'이라고 칭했다. 그 배경 가운데 하나가 제주 특유의 고교 입시 제도다. 그는 "고등학교 교복으로 서열을 매기던 제주"라는 말로 적지 않은 제주 아이들이 10대부터 겪게 되는 '열패감'을 표현했다. 문예창작과로 진학하며 '인서울'한 작가는 잠시 학벌에 연연하며 허우적댔지만 차츰 과거에서 헤어났다. 서울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혼자 여행을 하고, 자신의 글을 읽어주는 사람이 늘면서 즐거움도 찾아왔다. 저 먼 기쁨이 아니라 오늘의 기쁨을 만나는 법도 배웠다. 이 책은 "제주도만 벗어나면 행복해지리라 믿은 사람의 이야기"이나 제주를 떠나오니 행복이 찾아왔다는 식으로 끝이 나진 않는다. 여러 일에 치이는 동안 어느 지역에 가더라도 디딜 힘이 생겼다는 제주 토박이의 성장기다. "언젠가 내게 환상의 섬으로 여겨질 고향 제주를 용서하기로 했다"는 현 작가는 마지막 페이지에 이런 문장을 적었다. "당신은 지금 어디서, 어떤 마음으로 살고 있을까? 당신만의 행복을 안고 튼튼히 지냈으면." 핑크뮬리. 1만4000원. 진선희기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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