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상 공짜 경험 수집 소비자 선택 예측 새 권력 스마트폰에서 쇼핑거리를 검색하고 나면 그것들이 화면 위에 따라 다닌다. 매일 몇 번씩 인터넷을 떠돌며 뉴스, 맛집 등 그곳에서 필요한 것들을 찾는데 그 역시 수집되어 개개인에게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 일련의 행위를 인간의 본성에 대한 위협이라고 주장하는 이가 있다. 그 과정에서 빼낸 개인 정보를 기업에 팔아넘기는 수준을 넘어 우리의 행동을 유도하고, 통제하고, 조종하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다고 본다. 하버드 경영대학교 명예교수인 쇼샤나 주보프는 이를 '감시 자본주의'라고 부른다. 미주, 찾아보기까지 합쳐 약 900쪽 분량으로 번역 출간된 주보프 교수의 '감시 자본주의 시대'는 과거 산업 자본주의가 말 못하는 자연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면 오늘날 감시 자본주의는 인간을 겨냥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자본주의가 거래 대상이 가능한 새로운 가치 영역의 확장을 의미한다고 했을 때, 감시 자본주의는 종전 부동산과 돈이 쥐었던 힘이 정보로 옮겨간 것이다. 그의 정의에 따르면 감시 자본주의는 "인간의 경험을 공짜로 가져다가 추출, 예측, 판매로 이어지는 숨은 상업적 행위에 원재료로 이용하려는 새로운 경제 질서"다. 그 말처럼 SNS에서 누른 '좋아요' 버튼이나 온라인상에서 이뤄진 수많은 클릭이 인터넷 비즈니스 기업에서는 좋은 원료가 되고 있다. 지금까지 인간의 선호도와 생각은 지극히 사적인 영역이었으나 인터넷 데이터 감시 기술들은 우리의 내면적 가치를 '채굴'하고 소비자 선택을 예측하도록 만든다. 동시에 이들 기업은 접속자들에게 뉴스와 정보를 각각 추천해 준다. 소비자 성향 자체를 기업이 선호하는 방향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은 새로운 권력의 탄생을 의미한다. 미래에 대한 확신을 주는 정보를 가진 자들은 앞날의 불확실성에 흔들리는 사람들의 판단과 행동을 얼마든지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보프 교수는 우리가 빼앗기고 있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분노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우리의 본성을 지키고 무분별한 정보 수탈에서 망명할 권리는 바로 깨어있는 인간에게 있다는 점을 잊지 말자고 했다. 김보영 옮김. 문학사상. 3만2000원. 진선희기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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