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임야면적 63% 속 제주도는 48%에 머물러 평균 임목축적비율도 제주 ㏊당 9㎥ 정도 낮아 지속 조림도 한계… 개발 위주 패러다임 바꿔야 인간에게는 숲, 자연을 좋아하는 DNA가 있다고 한다. 원시 인류에서부터 현생 인류에 이르기까지 숲은 인류의 생활터전이었다. 인류는 숲속에서 숲과 함께 성장하고 진화를 이어왔다. 사람들이 숲속에서 편안함과 청량함을 느끼고, 숲이 오늘날 치유의 장소로 각광받는 것도 이러한 원시 인류에서부터 진화해온 DNA가 우리 몸속에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른바 '바이오필리아' 가설이다. 바이오필리아란 자연을 좋아하는 생명체의 본질적이고 유전적인 성향을 말한다. 현재 우리가 누리는 산림 혜택은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다. 지속적인 조림과 숲 가꾸기의 결과다. 제주의 산림은 역사적으로 외세에 의해 수난을 겪었다. 1274년, 1281년 두 차례에 걸친 몽골의 일본 정벌 원정 당시 제주(탐라)는 전쟁물자를 조달하는 병참기지 역할을 했다. 이 때 몽골은 선박 3000척을 탐라에서 공급하도록 했고, 실제 300척은 탐라에서 건조됐다. 선박 건조에 사용된 나무들은 울창한 원시림이었다. 절물자연휴양림을 찾은 도민·관광객들이 숲 향기를 맡으며 산책을 즐기고 있다. 이곳 삼나무는 1970년대 초부터 조림정책에 따라 식재되기 시작해 지금은 한 해 80만명의 탐방객이 방문하는 명소로 유명세를 더하고 있다. 이상국기자 매년 80만 명 안팎의 관광객이 찾는 제주시 절물자연휴양림. 이곳 아름드리 삼나무숲은 방문객들로부터 큰 인기를 끄는 명소다. 절물자연휴양림이 위치한 절물오름 일대는 과거 나무가 거의 없는 민둥산이었다. 지금처럼 국내 최고의 자연휴양림 가운데 하나로 성장한데는 197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삼나무조림이 있었다. 수령이 50년이 되면서 이제는 훌륭한 산림치유의 장소로 각광받는 곳이 됐다. 제주시 원도심의 허파 역할을 하고 있는 사라봉, 별도봉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나무는 거의 없는 풀밭을 이루고 있었다. 당시 화북동 거로마을 등 주변 마을 사람들은 이곳에서 소를 방목 하고, 촐(목초)을 거둬들였다. 이곳에도 벚나무를 비롯 꾸준한 나무심기와 관리가 이뤄지면서 지금은 시민뿐만 아니라 관광객들도 즐겨 찾는 도심속 공원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제주도의 산림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꾸준한 산림보호·관리 및 나무심기 등을 펼치고 있지만 대규모 개발 위협에 노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속적인 조림에도 불구하고 제주도의 임목축적은 전국 평균에 비해 낮다. 임목축적은 산림의 울창한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다. 전국의 경우 ㏊당 평균 축적은 145.99㎥인 반면 제주도는 ㏊당 평균 임목축적이 136.39㎥에 머물고 있다. 그렇다보니 제주도는 전국 대비 산림면적은 1.4%인 반면 임목축적 비율은 전국 대비 1.3%를 차지하는데 그친다. 임목축적이 낮다는 것은 아직은 어린 나무가 많고, 경제수종이 부족한 현실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나무를 심는 것 못지않게 그만큼 숲 가꾸기가 중요함을 나타낸다. 게다가 제주도의 산림면적은 매년 줄어들고 있다. 1957년부터 통계를 보면 제주도 산림면적은 1964년 13만5813㏊로 최대치에 달했다. 이후 10년만인 1974년에 10만㏊(10만8653㏊)대를 기록, 무려 3만㏊ 가까이 급속도로 감소했다. 이어 1987년에는 10만㏊가 무너지면서 9만7166㏊로 감소했다. 제주도 산림면적이 9만㏊ 이하로 떨어진 시기는 2008년(8만9728㏊)이다. 2020년에는 8만8022㏊(국유림 41%. 공유림 5%, 사유림 53%) 선을 유지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산림 60년사' 참고> 이렇다보니 제주도 면적에 대한 임야면적의 비율은 48%로 50%에 미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전국 임야면적 비율이 63%인 것과 비교하면 15%포인트 정도 낮다. 한라산과 368개의 오름이 제주섬 전역에 분포하면서 산림면적 비율이 다른 지방에 비해 높게 나타날 것으로 기대됐으나 이는 착시현상에 불과하다. 조림의 지속적인 확대와 함께 산림의 효율적인 관리 등 숲 가꾸기에 정책의 전환과 집중도를 높여나가야 하는 이유다. 제주도의 산림면적이 지속적으로 줄어든데는 대규모 관광개발과 산업구조의 변화에 따른 결과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정부의 5개년 경제개발계획과 맞물려 제주도에서도 개발에 대한 본격적인 담론이 부상하기 시작했다. 1970년대 부터는 제주도 개발계획이 수립에 그치지 않고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시기다. 이 시기를 전후해서 산림면적도 급속도로 줄었다. 1973년 정부주도의 '제주도관광종합개발계획'을 확정하고 제주시, 서귀포시 주요 관광지와 중문관광단지 등 거점 주요관광지 개발이 진행됐다. 1991년 12월에는 '제주도개발특별법'이 제정되고, 3개 관광단지·10개 관광지구 개발 등이 추진됐다. 이어 2001년 1월에는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이, 2006년 7월에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 새로이 제정됐다. 대규모 국책사업을 비롯 각종 개발계획이 수립, 추진되는 과정에서 산림훼손과 난개발 논란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제주도 산림면적이 지속적으로 감소한 데는 이러한 양적 성장 위주의 개발정책이 주요 원인의 하나다. 조림과 숲 가꾸기를 하는 한편에서 대규모 개발사업 등이 진행되면서 산림 면적의 축소와 훼손 위협을 더욱 가중시켰다. 이는 결국 천혜의 자연경관을 훼손하고 산림면적의 축소와 도시의 평면적 확산에 따른 삶의 질 악화 등을 불러오는 요인이 된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시·서귀포시 등 행정시가 매년 꾸준히 조림사업을 전개하고는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산림을 훼손하고, 숲의 건강성을 위협하는 무분별한 대규모 개발 위주의 패러다임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 이윤형기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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