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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대란에 멈춰선 공사장…건설업계 비상
수요 증가에 중국산 수입까지 막혀 10여곳에서 공사 중단
철근값 t당 150만원까지 치솟아 역대 최고…1년전의 갑절
공기 지연 따른 지체보상금에 공동주택 입주 지연 등 우려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입력 : 2021. 06.15. 17:33:07
철근 수급난에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오르면서 제주지역 건설공사 현장이 멈춰서는가 하면 공사기간 지연으로 인한 파장도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되며 제주지역 건설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15일 대한건설협회 제주특별자치도회의 자체 실태조사 등에 따르면 철근 수급난에 공사가 중단되거나 착공 예정이던 건축물의 공기연장을 신청한 사업장이 10곳에 이른다. 사업장 8곳의 공사중지기간은 짧게는 10일에서, 길게는 3개월까지 있다. 이달 착공 예정이던 2개 사업장은 공기연장을 신청했다.

 제주시 아라동 공동주택 신축공사는 공사중 철근 부족으로 공사가 지연되면서 공기연장을 신청했다. 대정읍 영어교육도시 내 근린생활시설과 단독주택 신축공사는 3개월, 서귀포시 소재 한 호텔신축공사는 1개월간 공사를 중지중인 상태다. 관급공사로는 서귀포시 대정읍 동일리에 추진중인 환경기초시설 설치 주변마을 저온저장고 지원사업이 일시 중단된 상태다. 제주국제공항 입구의 심각한 교통난 해소를 위해 제주시가 발주한 95m의 지하차도 공사현장도 지난 5월 필요한 철근을 제때 공급받지 못해 골조공사가 한달 가까이 지연됐다 최근 재개되기도 했다.

 건설현장 곳곳을 멈춰세운 철근(SD400) 유통가격은 최근 t당 130만~150만원까지 치솟아 작년 이맘때(65만원 안팎)와 올해 초(75만원) 보다 갑절 올랐다. 국내 철근가격이 t당 100만원을 넘어선 것은 2008년 7월(108만원) 이후 13년만이다. 이같은 상승세는 침체됐던 건설경기가 회복되면 올해 초 관급공사를 중심으로 수주가 활기를 띠며 철근 수요가 늘었고, 중국이 해외로 수출하는 철강제품에 대한 수출환급세를 폐지하는 수출 규제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산의 국내 유입이 막히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도내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철근난이 심각하다 보니 공사가 시급한 건설현장에선 어쩔 수 없이 t당 150만원까지 주고 구입하는 경우를 봤다"며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전국적인 철근 대란에 정부는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자재 수급안정 대책반을 꾸려 공공 발주공사에 대한 공사비 조정이나 공기연장 조치와 함께 민간공사 표준도급계약서에 기반한 공기연장 조치가 가능토록 관련 규정을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민간공사의 경우 계약 후 자재가격이 오르더라도 발주자와 건설사간 설계변경(가격 조정)이 원만히 이뤄지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도내 한 건설사 대표는 "설계변경의 여지가 있는 관급공사와 달리 민간공사의 경우 공사기간에 자재가격이 오르더라도 인상분을 공사비에 반영하는 설계변경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결국 인상분은 건설사의 부담으로 돌아온다"고 말했다. 또 "자재난으로 공사가 지연될 경우 현장관리비 증가와 지체보상금 부담에 공동주택의 경우 입주를 기다리는 실수요자들의 민원까지 걱정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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