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6월 25일)은 6·25전쟁 71주년이 되는 날. 사진가 라미 현이 글을 쓰고 사진을 실은 '69년 전에 이미 지불하셨습니다'는 한국은 물론 미국, 유럽, 남미 등 세계 각국 참전용사들이 기억하는 그 전쟁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국이라는 낯선 전장에서 청춘을 보낸 이들의 인간적인 사연이 스민 또 다른 전쟁사다. 라미 현 작가가 '선생님'으로 칭하는 참전용사를 기록하게 된 계기는 '프로젝트-솔저(Soldier) 첫 번째 기획으로 마련한 2016년 '대한민국 육군 군복' 사진전이었다. 그는 이 전시에서 자부심 가득한 눈빛으로 "한국전쟁 미 해병대 참전용사"라고 밝힌 이와 우연히 마주쳤다. 작가는 그 눈빛을 사진으로 더 담고 싶었고 이듬해부터 지금까지 1500여 명의 참전용사들을 만났다. 표제는 저자가 참전용사들을 촬영한 사진을 액자로 만들어 선물하면서 꺼내는 말에서 따왔다. 액자를 받고 사례를 하고 싶다는 참전용사들에게 저자는 매번 "선생님께서는 이미 다 지불하셨습니다"라고 했던 것이다. 메릴랜드에 사는 윌리엄 빌 베버씨에게도 그랬다. 베버씨는 전쟁으로 오른 팔을 잃었고 후송 중에 포탄을 맞아서 같은 날 오른쪽 다리마저 잃었다. 하지만 베버씨는 한쪽 팔과 다리가 없는 것보다 한반도가 분단되어 있는 것이 더 가슴 아프다는 말을 건넸다. 2019년 6월, 작가는 베버씨에게 사진 액자를 전하며 여느 때처럼 "선생님께서는 69년 전에 이미 다 지불하셨습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뜻밖의 답이 돌아왔다. "너희가 빚진 것은 하나도 없다.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되는 거야! 자유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의무가 있어. 바로 자유가 없거나, 자유를 잃게 생긴 사람들에게 그 자유를 전하고 지켜주는 거야. 우리가 한국전쟁에 참전한 것도 이 의무를 지키기 위함이지." 작가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는 앞으로도 22개의 한국전쟁 참전·지원국을 모두 방문해 마지막 참전용사가 살아 계신 한 힘닿는 대로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마음의숲. 1만6000원. 진선희기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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