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맛'을 전해준 해녀 할머니 일러스트. '요리 선생'의 기억과 경험 몸국·닭엿·갈치호박국 등 숱한 사연 밴 제주의 밥상 '육지 사람들은 모르는 제주의 맛'이란 부제에 저자의 이력이 반쯤 공개됐다. 그가 제주 출신이라는 점이다. 실제 그의 냉장고와 식탁엔 '제주산'이 넘쳐난다. 엄마가 지난 봄 꺾은 고사리, 숙모가 작살로 쏘아 올린 참우럭, 제주 참깨로 짠 참기름, 제주 보리를 갈아 만든 보리개역…. 부엌에 그 사람의 진짜 일상이 있다면 제주를 떠난 그는 여전히 제주 안에 산다. 그가 소개하는 '제주의 맛'은 70년 경력의 해녀 할머니에서 시작된다. 물질 기량이 뛰어났던 대상군이었던 할머니는 바다밭에서 전복, 문어, 홍해삼 등을 캐냈고 우영팟에서 나는 채소론 동지짐치, 양애무침, 호박잎국을 만들었다. 수산물 유통업을 하던 아버지 덕에 밥상 위에는 생선도 수시로 올라왔다. 그래서 노릇한 갈치구이를 먹을 때 속살과 뼈를 손쉽게 분리하는 방법, 다디단 호박을 곁들여 끓인 갈치호박국의 시원하고 깊은 맛을 일찍이 알았다. 그가 내놓은 음식은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 다 사연이 있다. 그의 말처럼 "맛이 곧 삶이고, 삶이 곧 맛이다." 마음에 허기가 들 때면 그의 곁엔 몸국이 있다. 뜨끈한 국물이 온몸에 스며드는 몸국은 치열했던 시절의 기억을 불러낸다. 어린 마음에도 '손이 굉장히 많이 들어간 음식'으로 여겨졌던 닭엿에선 "무조건 내 편"이었던 할머니의 모습이 그려진다. 힘든 사춘기 시절을 겪으며 닭엿을 먹다 눈물을 뚝뚝 흘리던 그에게 할머니는 어깨를 꼭 끌어안고 말했다. "울고 싶을 땐 울어사주. 참지 말고 울어. 다 지나갈 거여. 분명 다 지나간다." 저자는 "과거의 기억을 떠올렸을 때 무엇 하나 맛과 관련되지 않은 것이 없다"면서 "이 한 권의 책이 제주를 궁금해하는 요즘 사람들과 그 시절 제주의 맛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여운과 영감을 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고 했다. 앨리스. 1만3500원. 진선희기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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