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봄날, 남북정상회담이 불러낸 화제의 음식이 있었다. 평양냉면이다. 당시 서울의 평양냉면집이 문전성시를 이룬다는 보도 속에 그 맛을 두고 여러 말들이 나왔다. '행주 빤 물'이라는 표현도 그중 하나다. 하지만 세 번만 먹고 나면 그 맛에 중독된다고 한다. 그러니 이런 부제가 붙은 것 같다. '처음이라 그래 며칠 뒤엔 괜찮아져'라는. 어디선가 문득 터져나올 때 마음이 콩닥거리는 그 노래, 브라운 아이즈의 '벌씨 일 년'의 첫 소절에 따온 말인데, 라디오 프로그램인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인 배순탁 음악평론가가 건네는 '평양냉면' 이야기에 더없이 어울리는 제목 같다. 음식에 관한 에세이 '띵 시리즈' 열 번째 책으로 나온 '평양냉면'은 음악을 면수나 육수처럼 깔고 있다. 냉면에 대해 전문적으로 아는 게 별로 없다는 저자는 "그냥 많이 먹어본 애호가"의 시선으로 평양냉면을 둘러싼 논쟁들을 유쾌하면서도 날카롭게 풀어내고 있다. '서로 존중함으로써 우리의 다름은 평안함에 이른다'의 한 대목을 보자. 저자는 "정말 진지하게, 겨자와 식초 넣는 사람을 타박하고 면을 가위로 자르면 기겁하는 순수주의자를 목격한다"는 일화를 들려주면서 자신도 가위를 사용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타인이 가위 쓰는 걸 세상 불경한 행동이라면서 막지도 않는다고 했다. 식초와 겨자도 마찬가지다. 그것들을 넣으면 더 맛있게 느껴질 수 있다. 사람 입맛은 음악 취향만큼이나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그의 냉면 윤리학은 "모든 냉면은 인간 앞에서 평등하다"는 결론으로 모아진다. 평양냉면의 '진짜' 계절이 여름이든 겨울이든, 가격이 싸든 비싸든 각자의 사정에 맞춰 선택하면 될 일이다. 무엇을 논하든 예외나 여지라는 가능성을 차단한 채 '절대'를 상정하는 문장은 언제나 불편하다는 그는 말한다. "그 어떤 기대도, 요구도, 사심도 없이 냉면 한 그릇 마주하면 그것으로 충분히 족하다." 세미콜론. 1만1200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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