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와 숫자 뒤 과학의 역사 수많은 시행착오의 결과들 오늘날 우리가 익히 누리고 있는 과학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이론과 실천을 쌓아올린 결과라면. 그는 말한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생각을 버린 덕에 달과 화성 등 까마득히 먼 천체들에 인간의 흔적을 남길 수 있었다고. 빛과 어둠으로부터 색깔들이 생겨난다는 생각을 버린 덕에 레이저와 발광다이오드(LED) 등을 만들어 빛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되었다고. 제자리에 있건 운동하고 있건 빛의 속도는 일정하다는 기이한 생각을 받아들였기에 인공위성과 한치의 오차 없이 교신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이다. 전북대 한국과학문명학연구소 김태호 교수의 '오답이라는 해답'은 익숙한 세계에 의문부호를 붙일 때 비로소 시작되는 과학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과학사는 어떻게 만들어지나'란 부제 아래 기호와 숫자 뒤에 가려진, 더도 덜도 없이 인간적인 과학의 역사로 독자들을 이끈다. 이 책이 주목하는 과학의 모습은 교과서에서 실린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 위대한 과학자의 개인사나 일화보다는 소소하지만 우리 생활과 관계를 찾을 수 있는 소재들을 통해 과학이 결국 인간이 만드는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시곗바늘은 왜 시계 방향으로 도는가', '어둠은 결핍일까', '영하 273. 15도가 말하는 것', '근대의학의 선구자 김익남', '우장춘을 '씨 없는 수박'에서 해방시키자', '우리에게는 일본인 스승도 있었다', '아파트에 김치냉장고를 두고 살기까지', '평양의 시계가 서울보다 30분 더디 갔던 까닭', '수소경제는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만능열쇠일까' 등 60편 가까운 글이 실렸다. 지금까지 우리가 배운 과학사는 현재 지배적으로 통용되는 과학 이론들을 마치 최종 완성된 '결론'처럼 알려줬다. 하지만 저자는 과학 탐구의 역사가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다듬어나가면서 끝없이 스스로를 변화시켜나가는 과정이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화성에 보내는 다음 탐사선은 무엇을 어떻게 보완해야 할지, 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해 mRNA로 백신을 만들려면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 수소연료전지의 효율을 더 높일 수 있는 촉매는 어떤 것이 있을지 등 여전히 인간은 세상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답을 구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창비. 2만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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