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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주의 한라칼럼] 자리도(紫鯉圖)
김도영 기자 doyoung@ihalla.com
입력 : 2021. 08.24. 00:00:00
10여 년 전에 제주 라디오 방송 중에 자리돔 이야기가 나왔다. 한 향토사학자가 나와서 보리 익어 갈 즈음이 자리돔 산란시기인데 그때가 가장 맛이 좋다고 했다. 신사임당도 이 자리돔을 그렸는데 후세에 '자리도'라고 하면서 신사임당의 대표적인 그림이라고 했다.

신사임당의 고향이 강릉인데 자리는 제주특산이고 잘 연결은 안 됐다. 당시에도 지구온난화 때문에 강릉까지 자리가 올라갔나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리 축제를 보목주민들이 주체가 돼 매년 개최하는데 이거 참 흥미로운 발견이구나 했다. 그래서 신사임당의 '자리도'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우선 인터넷과 참고문헌 등을 통해 신사임당에 관해 살펴보았다. 알면 알수록 참 대단한 여성이었구나 여겨졌다. 조선시대 대학자인 율곡 이이의 어머니일 뿐만 아니라 시(詩)·서(書)·화(畵)에 일가견을 이룬 대단한 문인이고 특히 조선 회화의 대가였다.

그림은 색을 칠해서 그리는 채색화와 먹물의 진함과 옅은 것으로 그리는 묵화를 잘 그렸고 주로 포도, 오이, 맨드라미, 메뚜기, 잠자리, 여치 등을 그린 병풍과 초충도(草蟲圖)등이 대표적이고 자리도(紫鯉圖)가 또한 처음에 자리한다.

우선 자리도 그림부터 검색해서 제주의 자리가 맞는지 알아보았다. 어렵게 '자리도'가 인쇄된 그림을 서울중앙도서관에서 확보해서 어류 전문가인 수산 교수께 보냈는데 제주 자리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그림을 자세히 보니 제주 붉바리 같고 그림 옆에 한문으로 시(詩)가 적혀 있었다. 그래서 고인이 되신 변영탁 선생님께 여쭤봤더니 일사천리로 해석해주시는데 폭포를 뛰어오르는 힘찬 모습 등의 표현이 나왔다. 아 이거는 바다 자리돔은 아닌 것 같다. 자리도의 자(紫)는 붉을 자이고 리(鯉)는 잉어 리였다. 즉 붉은 색깔의 잉어류인 민물 쏘가리이다. 바다의 붉바리인 것이다. 중국에서는 쏘가리를 궐어(獗魚)라고 하는데 대궐(大闕)의 궐과 발음이 비슷하다고 한다. 그래서 과거시험 준비를 하는 집안에는 과거에 합격해 대궐에 들어가는 소망 하에 부적처럼 쏘가리 그림을 보관했다고 한다. 그리고 대궐이 2개이면 불경하다해 쏘가리 하나만 그렸다 한다.

동해안 강릉에는 쏘가리가 없으니까 신사임당 시댁이 있는 파주시 주변의 임진강에서 쏘가리를 봤을 것이다. '자리도'라는 명칭은 나중에 후인들이 붙인 명칭이고 쏘가리 옆에 새우 몇 마리를 그렸기에 어하도(魚鰕圖)가 정확한 명칭이라 한다. 지금도 강릉의 고택에는 잘 찾아보면 옛날 신사임당에게 부탁해서 그린 쏘가리 그림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후에 장한종이라는 대가가 그린 쏘가리 그림도 있지만 신사임당의 자리도가 정말 잘 그린 것 같다. 서울 간송미술관에 보관돼 있다고 한다. <강상주 전 서귀포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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