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수빈 대표가 해양쓰레기를 수거하는 모습. ‘봉그깅’ 캠페인으로 3년간 해양쓰레기 3만ℓ 수거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어요?" 6월 민주항쟁을 그린 영화 '1987'에서 여자 주인공(김태리 분)이 민주화 운동에 나선 대학 선배(강동원 분)에게 내뱉은 말이다. 이 대사는 일제시대의 '독립', 6·25전쟁의 '조국 통일', 1960~70년대의 '산업화', 1980년대의 '민주화'를 이끈 당대의 청년들이 기성세대에게 심심치 않게 들었을 말이다. 그러나 현재의 청년에게는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냐"는 물음보다 "어떻게 살아갈 거냐"는 걱정이 가슴에 날아와 꽂힌다. 이제 청년은 사회를 변화시키는 '주역'이 아닌 취업과 결혼, 주거 문제 등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난민'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눈 앞에 일들도 버거운 청년들에게 전 세계적 이슈인 환경 문제는 너무나도 멀고, 거대한 담론이다. 부산 출신인 변 대표는 지난 2009년 스무 살 무렵 제주에 정착한 '이주민'이다. 당시 부모님이 제주 이주를 결정하면서 어쩔 수 없이 따라온 것인데, 이제는 토박이보다 제주를 더 잘 안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 제주 생활에 익숙해질 무렵 변 대표에게 근심이 생겼다. 프리 다이빙을 할 때마다 목격되는 해양쓰레기가 자꾸 마음에 걸려서다. "친구의 잃어버린 다이빙 마스크를 이틀 후에 찾아준 일이 있었어요. 그런데 마스크에 물고기들이 여기저기 쪼아 먹은 흔적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 순간 해양쓰레기가 나와 무관한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민을 거듭한 변 대표는 해양쓰레기 수거 활동을 하는 '문화운동'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줍다의 제주어 '봉그다'와 플로깅(Plogging·조깅을 하면서 동시에 쓰레기를 줍는 운동)의 합성어인 '봉그깅' 캠페인이 탄생한 순간이다. 변수빈 대표. "말로만 '해양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고 한다면 아무도 듣지 않을 거라 생각했어요. 제 말에 힘이 생기려면 내가 먼저 해양쓰레기를 줍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 일주일에 3~4번 쓰레기를 줍고, 그 활동을 사람들과 공유했습니다. 그랬더니 주변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실제 해양쓰레기 수거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변 대표가 맞닥뜨려야 하는 것은 해양쓰레기 외에도 하나가 더 있다. "너 혼자 줍는다고 세상이 변하지 않는다", "인기를 얻으려 쇼를 하고 있다" 등의 비소다. "활동하면서 별의별 말을 다 들었어요. 하지만 내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오로지 지치지 않고 해양쓰레기를 묵묵히 줍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만히 있으면 세상이 바뀌나요?" 송은범기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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