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란 영어로 'contemporary'다. 일시적인(temporary) 시간을 나타내는 형용사에 함께라는 뜻을 가지는 접두사(con)가 붙어, 모두 함께 겪는(지내는) 시간을 뜻한다. 같은 시대를 지나며 바로 지금 싱싱하게 만들어지는 작품들이 동시대 미술이고, 당연히 그때의 시대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바뀌기 마련이다. 동시대의 공기를 담아내는 예술품이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 가치를 잃지 않고 많은 검증을 거쳐 살아남으면 클래식이 되고, 대부분의 작품들은 시대를 거치며 자연스레 사라진다. 특수한 시대정신을 담는 작품들을 미술관에 담아 한 시대를 함께 정리해보는 전시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바로 지금, 제주에서의, 동시대 미술을 미술관에서 볼 수 있을까? 볼 수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국제행사가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상황에서, 프로젝트 제주는 정반대로 시작의 가능성을 마련했다. 제주라는 한정된 영역에서 미술의 가능성을 드러내 보일 실험이 필요하다면 지금이야말로 섬의 기회라 여겼다. 말 그대로 완전히 특수한 시대를 지나고 있는 '우리 시대에' 제주에서 열리는 '동시대 미술들'을 총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기획된 동명의 전시가 <우리 시대에(At the same time)>다. 제주 전역에서 프로젝트 제주가 열리는 기간 동시에 마련되는 많은 행사와 전시들을 미술관이라는 제한된 공간 속으로 모았다. 실내로 끌어올 수 있도록 다양한 형식으로 변용된 제주의 행사들은 지금 제주의 '동시대성'을 생생히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행사기간 미술관은 제주를 품는 제주미술만의 폐쇄적인 숲이 된다. 비대면으로 행사가 모두 전환된 세계유산축전의 아트프로젝트는 전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영상을 통해 최적의 상태로 감상할 수 있다. 곶자왈을 걸으며 작품을 감상하는 재미는 줄었다는 단점이 있는 반면, 야외 공간을 걸을 수 없다는 제약이 있던 이들에게도 감상의 기회가 넓어졌다는 장점이 있다. 제주의 야외 숲과 미술관 실내에서 같은 작품을 다른 매체로 '동시에' 전시하고 있다는 개념도 흥미롭다. 제주아트앤디자인페스타는 유휴공간이던 미술관 로비 공간을 관객들의 쉼터로 디자인하는 과감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중정컬렉티브는 미술관 중정을 작은 곶자왈로 재현한다. 샛보름미술시장은 3주간 직접 미술품을 거래해 볼 수 있는 슈퍼마켓을 미술관 전시장에 꾸린다. 작가가 그린 그림이나 조각을 모아 두고 보는 전통적인 방식의 전시가 아니기 때문에 다소 낯선 풍경이 미술관에 펼쳐질 수 있다. 대부분 컬렉티브 형식을 띠거나, 행사를 위해 임시로 꾸려진 프로젝트팀이 미술관에서 새로운 방식의 전시를 고민하며 전시가 꾸려졌고, 전시 연출도 환경에 최소한의 부담을 주는 방식이길 바랐다. 미술관 전시 역시 요즘의 기업들이 노력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성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하며 환경적(environmetal)이고 사회적(social)이면서 현상황에 맞는 지배구조(governance)를 가진 협업으로 만들어지길 바랐다. 관전 포인트 하나 더, 온라인으로 소개되는 제주 속의 행사들은 한 줄의 링크를 얻어 어디로든 확장된다. 전 세계 어디로든 뻗어나가고, 팬데믹의 제약 없이 활보한다. 어느 접점에서 누구를 만나게 될지 알 수 없는 무한한 확장의 가능성을 갖는다. <이나연 제주도립미술관장>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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