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제주 교육계에 불고 있는 '회복적 대화 공동체 써클 과정' 수업이 고무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지난 4일에 회복적 정의에 입각한 '5060 행복한 동행 매니저 양성과정 워크숍'에 참여하게 됐다. 처음부터 '회복적 정의가 가능하다는 것은 과연 가당키나 한 일인가' 의구심이 드는 50대를 사는 필자 입장에서 보면, 자본의 논리가 팽배한 법치국가에서 노자가 얘기하는 자연스러운 정의(이 말에도 이미 사법적 개념이 짙다) 회복이라는 것이 좀 억지스런 주장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워크숍 과정이 무르익어가면서 처음 예상했던 바와는 달리 별것 아닌 단순한 회복적 질문 하나에도 그 파동의 힘은 흡사 나비효과를 방불케 했다. '회복적 정의'의 개념은 갈등 문제에 대한 사법적 처벌 개념인 응보적 정의와는 다른, 공동체의 문제는 공동체가 주체적으로 문제의 당사자들과 함께 자발적 참여하에, '피해 회복'이라는 공동목표를 갖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한 축이다. 응보적 정의가 문제 해결의 목표를 '가해자 처벌'에 둔다면 회복적 정의는 '피해자 회복'에 그 목표를 두고 갈등 문제의 당사자와 공동체가 함께 풀어가는 관계중심의 문제 해결 과정 방식이라 볼 수 있다. 영국의 헐시(市)의 경우, 번영을 누리던 도시가 경제적으로 쇠퇴하게 되자 실직과 범죄, 청소년 비행 등의 사회문제가 나타났다. 이에 한 초등학교 교장이 회복적 생활교육을 통해 교사들과 함께 노력했던 것으로, 학급 공동체가 갈등 해결의 주체가 되도록 돕고, 학생들 스스로 문제 해결 과정과 그 결과를 생산하도록 유도했던 것이 2년 후 교육환경 최상위 등급을 받게 됐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헐시의 청소년 범죄는 급격히 줄었고, 사법 경찰까지 나서서 경범죄의 경우는 사법적 처벌보다 이 관계중심의 회복적 대화를 통한 조정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는 것이 그 골자다. 이와는 차원이 다른 독특한 사례도 있었다. '2019년 광주 평화 기행 워크숍'에서 5·18 송암마을 학살 생존자와 계엄군의 만남을 통해 '억울한 가해자(계엄군)'의 피해를 들음으로 해서, '가해, 피해 넘어서 치유를 위한 만남의 장'을 마련하게 된 것 역시 회복적 정의에 입각한 대화를 통해서였다. 이렇게 회복적 정의는 '이행기 정의'라는 이름으로도 쓰이며 국가폭력에 대응하는 피해자 회복을 위한 인권운동 차원에서도 많이 다뤄지고 있다. 반면에 가해자가 피해자로 둔갑되는 사례와 '민식이법 무죄'라는 사례 등에서 보는 것처럼 '회복적 정의'가 피해자 회복을 목표로 설정하다 보니 무리하게 사법권에까지 참견하는 문제가 파생되어 또 따른 분쟁의 불씨를 안고 가는 부정적인 경우도 있었다. '누가 피해자'인지 '무엇이 정의'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상황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회복적 정의' 역시 정의라는 이름의 또 다른 법의 잣대를 하나 더 덧대는 것은 아닐까,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그렇지만 지금 제주도는 직면한 여러 갈등 해결을 위해, 다른 여타의 부정적인 사례들도 이 회복적 대화를 통해 도민들과 함께 이겨내고 '행복한 제주 공동체 회복을 위한 여정'을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것으로 보인다. <고춘옥 시인>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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