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을 맞아 친한 지인과 긴 통화를 했다. A(38)와는 나이 차와 상관 없이 친구처럼 막역한 관계다. A는 오랜 방황(?) 끝에 2년 전 대구로 올라가 작은 식당을 개업하고 가족과 함께 정착했다. 한동안 서로의 근황을 주고 받다 A는 최근 머리가 자꾸 벗겨져 고민이란다. 2년여 전 마지막으로 마주했을 때만 해도 그는 꽤 풍성한 머리칼을 자랑했다. 사연을 요약하면 이러하다. 그의 가게는 처음 문을 열 때만 해도 입소문을 타면서 지역 주민, 관광객 할 것 없이 모여드는 소위 맛집으로 꼽혔다. 그렇게 자리를 잡아갈 무렵 코로나19가 발생했고, 대구 신천지 발 집단감염 사태 당시 입은 치명타가 아물 틈도 없이 장기간 이어진 사회적 거리두기로 적자에 시달리며 연일 밤 잠을 설친다는 것이다. A는 흔한 코로나19 시대의 자영업자였다. 그런 A와 그의 가정을 최근 떠들썩하게 만든 화두가 생겼다. 추석 전 하위 88% 국민에게 코로나19 국민 상생지원금을 지급한다는 소식은 그들에겐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리고 신청 3시간 뒤 '국민비서' 구삐가 그에게 던진 첫 한 마디는 '탈락'이었다. A는 탈락 문자 가장 아래 이의신청이라는 말이 눈에 띄었단다. 그리고 그의 집 곰팡이가 깃든 벽지 사진과 이번 달 월세와 카드값이라도 첨부해 보내면 심금을 울리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한다. 공짜를 좋아하면 대머리가 된다는 말이 있다지만 머리는 더디게 빠지고 현금은 그야말로 지금 돈이다. A의 세 식구 인당 곱하기 25만원이면 75만원. 75만원이면 잠시지만 삶의 질과 세상의 풍경이 달라진다. 세상의 모든 탈락, 세상의 모든 불합격은 가슴 아프다. 다른 사람은 줄 건데 넌 안 돼, 거절 당하는 심정은 참담하다. 국민지원금 안 받아도 좋으니 망할 감염병 없는 세상에서 마스크나 벗어 재꼈으면, 하고 A는 웃었다. <강다혜 정치부 기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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