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CEO라고 불리는 김만덕(1739~1812), 조선시대 성별과 신분의 한계를 뛰어넘어 나눔을 실천한 제주의 거상 김만덕의 정신을 계승하고 업적을 기리기 위한 제5회 '김만덕 주간'이 10월 17일부터 23일까지 한 주간 운영되고 있다. 첫날인 지난 10월 17일에는 사라봉 모충사에서 제42회 만덕제 봉행과 김만덕상 시상식이 이뤄졌다. 봉사상에는 김추자씨가, 경제인상에는 김경란씨가 각기 수상했다. 나는 이 날 열린 만덕제에서 3대 제관중 하나인 종헌관으로 참여하는 기회를 가졌다. 일주일간의 사전 연습 기간 중 알게 된 제주지역 여성 리더들과의 만남은 참으로 소중했고, 또한 일요일 이른 아침부터 나와서 제관들의 분장을 맡아 준 지역 미용사협회 여러 대표님들의 베풂의 정신도 감동을 주었다. 은광연세(恩光衍世), 김만덕 사후(1840년) 대정현에 유배 온 추사 김정희가 만덕의 선행에 감동해 그의 의기를 기리기 위해 쓴 편액의 문구이다. "은혜의 빛이 온 세상에 번진다"는 뜻인 은광연세의 기운이었을까, 만덕제 당일의 하늘은 빛나고 푸르렀다. 마치 코로나19로 힘든 후세들에게 만덕 거상이 위로를 보내는 것 같았다. 김만덕 사후 209년, 그의 삶과 업적은 오늘 우리에게 어떻게 새겨져야 할까? 무엇보다도 성별과 신분의 한계를 뛰어넘은 상공인 김만덕의 강인함과 나눔의 정신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대기근의 위기 속에 전 재산을 내어 제주도민을 구휼한 만덕의 기업가적 실천은 코로나19의 위기를 겪는 지금,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코로나19의 대유행은 그동안 전 지구가 힘을 합쳐 이루어 온 성과들을 무너뜨리고 있다. 나아가 빈곤, 불평등, 식량 불안전성, 기후 위기 등 미증유의 문제들을 심화시키고 있다. 세계은행은 하루에 1.9달러 미만으로 사는 극빈곤층의 수가 2021년 1억5000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우리를 암울하게 한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산업계가 기여해야 한다는 요구는 전에도 꾸준히 있었으나, 이제 기업의 선택이 아니라 생존과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핵심 능력이 되었다고 많은 글로벌 경영 컨설팅 전문가들이 강조하고 있다. 제주의 사업체는 2019년 기준 6만6098개사, 이 중 여성 대표자 사업체는 2만9005개사인 43.9%로 전국 평균(38.5%) 보다 높다. 제주에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사회와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 온 여성기업인들의 사회적 기여는 매우 크다. 영세한 규모, 물류 유통과 구인의 어려움 등으로 경영의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제주 지역의 성장판의 한 축을 지속적으로 담당해왔다. 여성기업인들 고유의 창업가 정신과 경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인프라와 네트워크가 단단해지고, 장기적 안목에서의 창업·기업지원 정책을 잘 결합해 뒷받침한다면 이들의 열정이 배가돼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혁신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다. 어려운 시기의 제주 기업인들, 특히 여성 기업인들을 응원한다. 자신만의 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은광연세와 같은 사회적 기여를 꿈꾸는 멋진 여성 CEO들이 제주에 많이 배출되기를 기원하고, 그들을 위한 혁신적 기업 지원 정책들이 잘 설계되기를 소망한다.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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