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에 춤추는 언어가 아니라 땅에 발을 디딘 채 몸소 얻어낸 말들은 절로 우리의 마음에 닿는다.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에서 선래왓이라는 도량을 일구고 있는 인현 스님(법명 오성)의 산문집 '길은 언제나 내게로 향해 있다'에 그런 문장들이 있다. 어린 시절 구좌읍 김녕 백련사에서 출가한 인현 스님은 합천 해인사의 강원과 남원 실상사 화엄학림에서 경전을 공부했다. 그 후에도 하동 쌍계사, 금정 범어사, 미얀마 마하시 명상 센터 등에서 수행을 이어갔다. 산문집에는 "삶이 곧 수행"이라는 옛 어른들의 말씀을 따르려 다짐해온 스님의 이야기들이 주변 풍경을 담은 사진들과 함께 실렸다. 인연이 닿은 이들에게 작은 위안이 되고 쉼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일기장에서 꺼내놓은 사연들이다. 경어체로 시처럼 쓰인 글들은 한 편 한 편 잠언으로 다가온다. 본성을 잃지 않는 자연을 오래도록 응시해온 스님은 뜻을 강요하지 않는 말들로 맑은 울림을 전한다. "언제나 첫걸음을 떼는 새날입니다", "내가 떠나보내고 돌아올 뿐입니다", "모든 삶이 그러합니다", "이제 자신이 봄임을 믿어야 하는 시간입니다", "내 시간에 저들의 시간을 맞추지 마세요", "지금, 당신이 온전히 주인공입니다", "꽃은 그 마음 저버리지 않고 저렇게 다시 옵니다" 등 50편이 넘는 글의 제목은 곧 깨우침을 담고 있다. 자신에 대한 겸허한 성찰의 결과다. 그 여정에 외로움, 단절, 더딘 시간 등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얻었던 나날들이 있다. "반드시 무엇을 하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에서 스님은 "좀 나태하고 게으르게 살면 안 되겠습니까"라고 물으며 다음을 덧붙인다. “차츰 미래에 대한 불안에서 벗어나 주변을 게으른 눈으로 찬찬히 들여다보면 내가 무엇을 하지 않아도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이 참 많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진정 내가 감사해야 하고, 몸담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또렷하게 다가올 것입니다." 마음의숲. 1만3800원. 진선희기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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