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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철의 한라칼럼] 방과후학교를 바라보는 시선들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입력 : 2021. 11.02. 00:00:00
방과후학교가 전국적으로 일선 초.중.고등학교에 들어온 것은 2006년도의 일이다. 이젠 방과후학교를 운영하지 않는 학교를 찾아보는 것이 힘들 정도로 거의 모든 학교에서 방과후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처음 학교에 방과후학교가 들어올 때부터 교육계에서는 공교육에 사교육을 들여온다는 부정적 시각과 함께 학교에 또 다른 업무가 생겨난 것에 대해 곱지않은 시선으로 바라봤었다. 그리고 도입된 지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방과후학교 운영과 관련해 여전히 이에 대한 제대로 된 법제화도 없이 교육부 고시에 근거해 운영돼 오고 있어 교육부나 교육청의 운영 방침에 따라 그 운영 방향이 좌지우지되는 경우도 많다.

과거 교육적 취지보다는 다른 이유로 방과후학교를 활성화하고자 학교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강좌를 운영한다던가, 정규 교육과정을 하기 힘들 정도로 비대하거나 비정상적으로 운영돼 온 시절도 있었다. 거기다 과중한 방과후학교 업무를 고스란히 교사들이 도맡아 해야했기에 이런 부정적 경험들이 교사들 사이에서 방과후학교 운영에 대한 인식을 더 악화시키는 요인이 돼 왔었다.

다른 한편으로 방과후학교는 학교에서 받기 힘든 예체능 특기적성교육을 저렴하게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돌봄교실이 수용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돌봄과 보육기능까지 일정 역할을 학교에서 맡아오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또한 중고등학교에서는 수준별 선택형 교과 보충과 심화학습, 특기적성 교육 지원으로 사교육비 경감에도 크게 역할을 해온 것도 부정하기 힘들다. 제주지역의 맞벌이 가정비율이 전국 최고 수준이고 사교육비도 평균 이상이라는 점에서 볼 때 이 부분을 부정하긴 힘들 것이다.

그렇기에 방과후학교 운영상의 부정적 측면과 동시에 학교 정규 교육과정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하는 긍정적인 부분도 함께 생각해야 한다. 이처럼 방과후학교를 바라보는 시각 차이로 학교 현장에서 방과후학교 운영과 관련해 다양한 갈등이 있어왔다. 학교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좀더 다양하고 질 높은 방과후학교 운영을 원하는 학부모들과 정규 교육활동을 위해 공간과 시간이 더 확보되길 바라는 교사들, 좀 더 많은 지원과 합당한 처우를 바라는 방과후강사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매년 강좌 개설 시기가 되면 많은 갈등이 충돌한다.

이런 갈등 사이에서 균형 잡힌 시각을 갖고 우선순위를 두고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교육청의 역할이라고 본다. 제주도교육청이 다양한 관계자들의 관점을 바탕으로 제주에서 방과후학교가 어떻게 운영돼오고 있는지 되돌아 보고 일선학교에서 운영 가능한 적정규모, 인력지원, 예산 지원 등에 대해 한번쯤은 제대로 된 논의가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내년도 방과후학교 운영을 위한 교육청 지침과 정책이 결정되기 전 올해는 조금 더 심사숙고해 학교 현장의 의견과 학부모, 학생들을 생각한 정책이 마련되길 기대해본다. 정책의 실패로 가장 피해를 받는 것은 결국 학생들이니 말이다. <김동철 제주 인화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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