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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10)서귀포학생문화원 야영수련장~영천~솔오름~임도~영천변~편백나무숲길~한라산둘레길(동백길)~임도~서귀포학생문화원 야영수련장
숲속 헤치며 오름에 올라 늦가을의 아쉬움 달래다
강다혜 기자 dhkang@ihalla.com
입력 : 2021. 11.09. 00:00:00

솔오름에서 내려다 본 풍경. 날씨가 맑고 청명해 서귀포시와 제주 남부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이상국기자

솔오름서 내려다본 서귀포시 ‘장관’
새·바람 소리 들으며 마음의 평화
잠깐이라 더 소중한 ‘가을 붙잡기’


따뜻하고 설렌 봄, 짧고도 뜨겁고 강렬한 여름을 모두 보냈다. 먼발치에서 한라산을 바라보니 중산간 인근 어렴풋이 변해가는 산의 색깔이 가을이 잠시 제주에 들렀음을 알려준다. 매년 이맘때 만연했던 단풍은 올해 유독 귀하다.

지난달 29일 '2021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가 열 번째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날 에코투어는 서귀포학생문화원(청소년수련원)야영수련장~영천~솔오름~임도~영천변~편백나무숲길~한라산둘레길(동백길)~임도~서귀포학생문화원야영수련장에 이르는 여정이었다.

집결 장소로 향하던 이른 아침, 먹구름이 뒤덮여 잔뜩 흐린 하늘에 비가 오는 듯 싶었지만 금세 맑아졌다. 서귀포학생문화원 야영수련장 앞에서 간단히 몸을 푼 뒤 솔오름 입구로 향했다.

솔오름은 미악산, 쌀오름으로도 불린다. '솔'은 'ㅗ'와 'ㅏ'의 중간 음가를 내는 '살'로, '쌀'의 제주어다. '쌀오름'의 '쌀 미(米)' 자를 써서 '미악산'으로도 써왔다고 한다. 서귀포시 동홍동과 토평동의 경계 지역이다. 이날 솔오름 정상에선 한라일보 에코투어의 명물로 꼽히는 '안개'가 끼지 않아 대기가 맑고 청명했다. 서귀포 시내 전망이 훤히 내다보이고 한라산 봉우리가 아주 가깝게 다가왔다. 최근 풍화작용 등으로 암벽이 무너져 하얗게 변한 한라산 측면 봉우리도 선명하게 보였다.

자금우

솔오름을 내려와 임도를 따라 걸었다. 장성하고 아무렇게나 자란 듯한 나무로 둘러싸인 숲길이었다. 숲의 소리가 주는 마음의 평화가 있다. 조용하고 멍 때리기 좋아 이곳을 좋아한다. 너무나 깊어 행선지가 까마득해지는 깊은 숲속까지만 들어가지 않는다면, 맨살이 드러나지 않을 만한 허드레 바지와 긴팔 티셔츠, 등산화와 건장한 두 다리만 가지고 가면 비싼 공기와 풍경을 마음껏 마실 수 있어서다. 이따금 노루 한 마리가 불쑥 나타나 갓 자란 여린 잎을 킁킁대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도 한다.

주홍서나물

이날 따라 여러 종류의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와 나뭇잎이 속삭대는 소리가 깔때기처럼 모여 소곤댔다. 숲에서 부는 바람 소리는 파도 소리와 같다. 약간의 경사가 진 오르막을 한참 걸으니 은근히 숨이 찼다. 잠시 배낭을 내려놓고 점심 식사를 하며 체력을 보충했다. 다시 천천히 눈을 뜨고 몸을 깨워 몸을 일으켰다. 아직 갈 길이 멀었다.

영천변 둘레길을 한참 걷다 보니 편백나무가 아무렇게나 자란 숲길이 또다시 나타났다. 이끼 낀 검은 돌들이 바닥에 널려있고 그 위로 나무들이 키를 자랑하며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나무 사이로 한라산의 속살이 엿보이는 듯 했다. 다만 돌과 나무 뿌리가 길을 덮고 있어 조심해야 했고, 돌과 돌 사이 어느 지점에 발을 디뎌야 할지 몰라 리듬을 타야 했다. 몸에 힘을 빼고 몰입하다 보면 어느새 아드레날린이 터진다. 휴. 위험하지 않은 숲길은 없다. 숲길을 벗어나니 어느새 아슴푸레하던 세상이 환하게 밝았다.

엉겅퀴

등갈색미로버섯

이어서 한라산 둘레길 '동백길' 일부를 걸었다. 동백길은 무오법정사에서 돈내코까지 이어지는 11.3㎞의 코스인데, 이날 내디딘은 곳은 한동안 넓고 편안한 흙길이 이어지는 곳이었다.

이날 에코투어는 10㎞ 가량의 여정이었다. 이른 아침 집에서 나와 오전 9시쯤 본격 산행을 시작해 점심 식사, 그리고 이른 오후까지 이어지는 산행은 언제나 환영이다. 너무 길어 몸이 지치지도, 너무 짧아 다소 아쉽지도 않은 시간이다. 아무리 좋은 약도 과하면 독이 된다. 집을 나설 때도 산을 오를 때도 일과를 마치고도 기분 좋은 산행으로 기억되기 위해선 내 몸이 다치지 않도록 할 넉넉한 준비와 무리되지 않는 코스·시간, 충분한 휴식이 필요하다.

단풍과 낙엽, 등산의 계절이다. 10월 하순이던 이날 오른 산행에선 단풍과 우수수 떨어진 낙엽을 자주 만날 순 없었지만 이 글을 쓰는 지금은 한라산이 붉게 물들었다. 무엇을 망설일까, 무엇을 주저할까, 무엇을 마다할까.

강다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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