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농장을 일구며 본인의 이름을 건 식당으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싶다는 김화준 총주방장. 호텔·대학 거쳐 제주에 정착 “이름 건 음식점 열고 싶다” 선택식단제로 쓰레기 줄여야 서울이 고향인 김화준(60)씨는 지난 2015년 3월 제주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제주에 올땐 '홀몸'이었다. 친인척 하나 없는 제주에 홀로 정착하겠다고 했을때 가족들은 굳이 그를 말리지 않았다고 한다. 제주 이주민이 된지 어느덧 6년째, 조만간 가족들도 제주로 이사할 예정이다. 김씨는 "제주에서 살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몸과 마음이 건강해진 것"이라며 "이런 얘기를 계속하니 가족들도 제주에 와 살겠다고 했다. 어찌보면 내가 '선발대' 역할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조리 기능장인 김씨는 현재 엘리시안제주CC에서 식음·조리 통합 팀장(총주방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27년간 서울프라자 호텔, 그랜드힐튼호텔, 송도 컨벤시아 등에서 조리부장, 조리차장 등을 역임하는 등 조리사로 일했다. 또 제주에 이주하기 직전까지 우송대학교에서 외식조리학과 교수로 약 3년간 재임하며 후학을 양성했다. 그는 잠시 호텔 주방을 떠나 학교에 몸 담았지만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은 여전히 주방이라고 생각했다. 주방으로 돌아오기로 결심했을 무렵, 그의 눈에 한 채용 공고가 들어왔다. 라마다프라자 호텔 조리사 채용공고였다. 김씨는 "제주에 대한 동경을 늘 품고 있었는데, 제주에서 일할 기회가 생기니 주저 없이 지원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또 조리 직종에서 27년간 몸 담았기 때문에 주방 일이라면 어느 곳에서든 잘 해낼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조리사가 천직인지라 김씨의 관심은 온통 음식과 식재료에 쏠려 있다. 한 어묵업체가 납품하고 있는 제주광어 어묵은 그가 평소 생각한 레시피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김씨는 최근 이 어묵업체로부터 광어어묵을 납품하는 곳이 늘었다는 기분 좋은 소식도 들었다고 했다. 그는 "제주에는 해산물, 브로콜리, 콜라비, 감귤 등 요리에 쓸 수 있는 특별한 식재료들이 많이 있다"며 "제주도가 제주 특산물 조리 대회 같은 것을 개최하면 제주의 먹거리 문화가 더 발전하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제주의 음식을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런 제주의 식재료로 만든 다양한 반찬이 한번에 식탁에 올라가는 한국 음식문화의 영향으로 음식물 쓰레기가 많이 발생하는 점이 매번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우리도 이제는 손님들이 먹고 싶은 반찬만 돈을 주고 선택하는 이른바 선택식단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이런 문화가 정착되면 제주지역의 넘쳐나는 음식물 쓰레기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씨는 퇴직 후에도 주방을 벗어나지 않을 생각이란다. 그는 제주에서 작은 농장을 일구며, 자신의 이름을 건 음식점을 여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제 이름을 건 식당… 그것이야말로 저에겐 제2의 인생이 아니겠습니까."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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