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년생 완도 출신 황광수 문학평론가, 76년생 서울 출신 정여울 작가. 두 사람 사이엔 32년의 나이 차가 존재했지만 만난 지 한 달도 안 되어서 별의별 비밀을 다 털어놓는 절친이 되었다. 정 작가는 황 평론가를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그때의 '선생님'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의미를 모은 이름이었다. 먼저 태어났기 때문에 선생이 아니었다. "늘 항상 언제나 내 앞에서 살며, 인간 방패처럼, 호위무사처럼, 내 모든 고통을 대신 아파해주었기에" 선생이라 불렀다. 지난 9월 정 작가가 최고의 스승으로 생각하는 단 한 사람이던 황 평론가가 암 투병 중에 세상을 떴다. '마지막 왈츠'는 정 작가가 깊은 슬픔을 꾹꾹 누르며 고인이 남긴 글과 메모를 수습해 엮은 책이다. "황광수와 정여울의 '우정의 향연'이자 정여울이 세상을 떠난 절친 황광수에게 보내는 이별과 애도의 추도사"로 소개된 이 책엔 둘이 나눈 편지, 인터뷰, 황 평론가의 에세이가 담겼다. 그 글들엔 세대를 초월해 문학의 숲에서 펼친 인생 이야기가 꽃향기처럼 날린다. 황 평론가의 글과 말을 통해 전후세대의 트라우마를 이해할 수 있었다는 정 작가는 황 평론가 역시 자신의 글을 통해 여성의 시각과 우리 세대의 문제 의식에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고 했다. 정 작가가 쓴 '여울의 마지막 편지'엔 이런 대목이 있다. "선생님이 한없이 낯선 존재인 저를 아무 조건 없이 사랑해주셨듯이, 제가 먼저 사람들을 이해하고, 돌보고, 보살피겠습니다. 그들이 저를 꼰대라 놀려댈지라도, 그들이 저를 재미없다고 면박을 줄 지라도, 제가 먼저 사랑하고, 제가 먼저 다가가고, 제가 먼저 보듬어 안을게요." 크레타. 1만5000원.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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