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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12)큰녹고메~어음천~임도~족은바리메~큰바리메~둘레길~고사리밭~상잣길~큰녹고메 주차장
갈색빛으로 서서히 갈아입는 계절의 변화 실감
송은범 기자 seb1119@ihalla.com
입력 : 2021. 11.23. 00:00:00

초지와 어우러진 큰녹고메 모습. 이상국기자

서부지역 한눈에 들어오는 큰바리메 정상 오를만
제 색깔 잃어가는 으름난초와 단풍제비꽃도 반겨


불현듯 현실이 눈앞에 펼쳐질 때가 있다. 그동안 마음의 눈을 가리고 회피했던 일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감당하지 못한 상태에 이른 것이다.

숲에서 부지런히 잎을 떨구고 찬바람 앞에 서있는 나목(裸木)을 보며 용기를 얻는다. 비록 지금은 잎이 모두 저버린 나무처럼 초라하게 현실이라는 벌판에 서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더욱 잎사귀를 떨궈 적나라하게 드러난 나의 현실을 직시하기로 한 것이다. 떨어진 잎은 뿌리의 거름이 되고, 혹독한 겨울이 지나면 새잎이 자랄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본다.

지난 12일 진행된 한라일보의 '2021년 제12차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는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리 큰녹고메 주차장에서 시작해 어음천, 족은바리메, 큰바리메, 둘레길, 고사리밭, 상잣길로 이어지는 코스로 진행됐다.

최근 기온이 뚝 떨어진데다 이날은 비까지 예보되면서 참가자 대부분은 옷을 제법 껴입은 상태로 산행에 나섰다.

먼저 큰녹고메를 4분의 1 정도 오르다 어음천으로 향하는 조릿대 밭으로 들어간다. 물을 머금은 조릿대에 바지가 스치면서 무릎 아래가 벌써 젖었다. 손도 상당히 시려워 겨울이 가까워졌음을 체감했다.

10여분 정도 걷다보니 발 밑에 어음천이 보인다. 비가 내려 내리막이 상당히 미끄러웠지만 뿌리가 단단한 조릿대를 안전 장치 삼아 무난하게 어음천에 도달했다.

단풍제비꽃

어음천에는 울긋불긋 일곱 꼭지점의 단풍잎들이 흐드러지게 떨어졌고, 어음천 바닥도 그림을 그린 듯 울긋불긋 물이 들었다. 여기에 마침 볕이 살짝 비추면서 아름다움을 더했다.

서북쪽 방향으로 어음천을 벗어나니 이번엔 잔디밭이 나왔다. 다른 잔디보다 유난히 붕 떠있어서 양탄자 위를 걷는 느낌이다. 길에는 보라색 열매가 맺힌 새비나무와 지난달까지 원색적인 빨강을 뽐냈지만, 이제는 갈색빛으로 변한 으름난초가 참가자들을 반겼다.

새비나무 열매

최근 정비됐다고는 했지만 비 날씨로 인해 족은바리메 등산로도 상당히 미끄러웠다. 기온이 더 떨어진 것인지 참가자들의 입에서는 김이 나왔다. 가까스로 정상에 오르니 열이 오른 참가자들이 옷을 벗기 시작한다. 정상에는 수풀이 우거져 전망이 좋지 않았고, 까마귀 만이 강한 바람에 몸을 맡겨 깍깍 울고 있었다. 나무 사이로 한라산 능선이 살짝 보였는데, 군데군데 빨간 단풍이 물들었다.

하산 과정에서 느닷없이 우박이 떨어지면서 참가자들은 다시 옷을 챙겨 입었다. 하산 후 곧바로 큰바리메로 향했는데, 야자수 매트와 계단이 잘 조성돼 등산로가 가팔라도 비교적 쉽게 오를 수 있었다.

으름난초

줄사철

정상에는 북돌아진오름과 새별오름, 폭낭오름, 산방산 등 제주 서부지역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었다. 마침 날씨가 개면서 저 먼 바다 위에 떠 잇는 형제섬과 마라도까지 보였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이 생각나는 순간이다.

하산 후에는 둘레길과 고사리밭, 상잣길 등 평탄한 길로, 큰바리메 정상에서 봤던 경치를 반추하며 걸을 수 있었다.

모든 코스를 완주하고 보니 시작할 때 단단히 여몄던 참가자들의 옷차림이 단출해져 있었다. 송은범기자 seb1119@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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