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났다. 수능을 본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은 홀가분하면서도 대학 진학과 관련하여 고민이 많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부모가 대학 졸업 때까지 등록금이며 생활비를 대부분 대주는 편이다. 부모가 돈이 많으면 어떻게 하든 상관이 없으나, 현실적으로 늘어난 수명만큼 '제2의 인생'을 위해 노후자금을 충분히 마련해 놓은 부모는 많지 않다는 점, 부모의 노후자금이 자녀교육비와 '제로섬' 관계에 놓여 있다는 점에서 부모는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고등학교까지 들어가는 사교육비는 그렇다 쳐도, 대학 이후 자녀교육비까지 부모가 다 책임진다면 상대적으로 노후자금 준비는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부모의 노후 준비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자녀교육비'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특히 대학 이후 자녀에 대한 금전적인 지원에 대해, 부모는 좀 더 냉정한 판단을 해야 한다. 은퇴 이후를 대비해 연금 등을 탄탄하게 준비하고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데 비용을 들여야 하는데 그 한정된 자금을 자녀에게 다 써버리는 경우가 많다. 기본적인 등록금은 부모가 감당한다 해도, 그 외 생활비나 학원비 등은 자녀가 스스로 해결한다는 '원칙'을 자녀와 합리적으로 '약속'할 필요가 있다. 자녀를 위해 어디까지 돈을 쓸 것인가? 지금부터라도 분명한 '원칙'을 갖고 있어야 한다. 자녀가 취업 이후 결혼 자금, 집 장만 자금, 창업 자금 등을 요구하는 사례가 많다. '의무감'에 자녀에게 무분별하게 지원하다 보면 노후 준비는 뒷전이 돼 은퇴 후에도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 할지 모른다. 자녀 스스로 '생존력'과 '경쟁력'을 키워나가도록 하는 게, 궁극적으로는 금전적인 지원보다 도움이 될 것이다. 평생직장 개념보다 능력과 필요에 따라 이직하는 경우가 많은 요즘엔 더 그렇다. 노후자금이 충분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은퇴 후에 부모가 자녀에게 '손을 벌리게' 되는데 이는 자녀에게 커다란 부담이 되고 불만을 가중하는 요인이 된다. 자녀도 맞벌이하며 애 낳고 그럭저럭 살아가는데 부모가 부양의무를 자녀에게 강제하는 건 요즘 시대에 맞지도 않다. 은퇴 후 부모가 자식에게 '짐'이 되는 최악의 상황은 피해야 한다. 은퇴하고 삼사십년을 살아도 자식에게 '손 벌리지 않는' 부모가 돼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우리나라가 OECD 노인 빈곤율 1위이며, 8%만이 노후대비를 여유 있게 하고 있다. 은퇴 후에도 자식만 바라보고 살 수는 없다. 자녀 성공을 위해 '다 아낌없이 내어주는' 부모가 현명한 부모일까? 요컨대, 부모는 '자녀에 대한 아낌없는 경제적 지원'에 대해 냉철한 판단을 해야 하며, '노후자금 마련 등 노후대비'에 대한 책임 있는 선택을 해야 한다. 늙어서 자녀에게 '손 벌리지' 않는 부모, '제2의 인생'을 '원하는 대로' 살아갈 수 있는 부모가 진짜 '현명한 부모'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김용성 시인.번역가.교사> <저작권자 © 한라일보 (http://www.ihalla.com) 무단전재 및 수집·재배포 금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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